강경한 태도에 '정치적 연대' 변화 촉각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혁신당의 성 비위 논란에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하며 분명한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박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피해자 보호 의무가 외면된 채 원칙에 맞지 않게 처리된 상황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이규원 전 혁신당 사무부총장의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발언에 대해선 "국민에게 절대 용납받을 수 없는 망언"이라며 "성희롱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아주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며 "성 비위 문제도 있고 이상한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저희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대응은 그간 양당의 긴밀한 정치적 연대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 6·3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2석을 확보한 원내3당으로서 대선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번 성 비위 사건을 계기로 양당의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혁신당의 성 비위 논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과거 성 비위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트라우마'를 꼽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성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민주당에게 치명적"이라며 "민주당이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사건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당은 민주당에게 우군이고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라면서도 "성 범죄자를 옹호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혁신당은 오는 11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