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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산고 양기봉 교장 “현장돌며 학생 진로챙기다보면 하루 금방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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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5. 12. 10:02

"나는 관공서, 기업, 대학 다니며 취업아이템 찾는 세일즈맨"
교사들과 현장에 필요한 진로 콘텐츠들 교과 과정에 담아
잦은 교명 변경, 학과 통합 등으로 어렵지만 학생만 보고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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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고등학교 양기봉 교장이 교장실에서 학교운영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스승의 날을 앞두고 요즘 교육현장은 어떠할까 궁금했다. 특히 대학 진학에 목을 메는 인문계고교와 달리 실업계고교에 대한 궁금증은 더했다.

여기저기 교육계에 정통한 분들에게 물었더니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포고등학교 양기봉 교장선생님을 추천했다.

양기봉 교장의 부임 이후 행적을 살펴봤더니 전통적인 교장상과는 달리 현장을 누비는 세일즈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례 하나. 양 교장은 지난 4월 성산포수협을 방문했다. 마침 고관범 조합장이 성산고 졸업생이었다. 양 교장은 수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재학생 중 취업 희망자들의 진로를 위해 사전 준비과정에서 도움을 받기로 약속했다.

고관범 조합장은 수협중앙회와 협의를 통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양 교장은 학생들의 선배인 고 조합장을 은근히 압박(?) 하면서 좋은 진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학생들의 장래에 나침반 역할을 하기를 희망했다.

양 교장은 부임 이후 하루를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본 적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수시로 지자체와 공기업, 대학을 방문하면서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일들을 챙겼다.

해양수산 분야로 특화된 지역 사정을 감안해 해양레저 기업, 해마 양식 기업, 일본 수산 연수, 전국 단위 관련 박람회 등을 찾아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양 교장은 "아무리 바빠도 취업에 성공할 학생들을 상상하면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학생 맞춤형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게 바로 나에게 주어진 교육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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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양기봉 교장이 성산포수협 조관범 조합장을 찾았다. 양 교장은 재학생들이 수협에 취업 하려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묻고, 도움을 요청했다./부두완 기자
성산고는 개교 이후 1980년도 후반까지만 해도 지역 인재 배출의 산실이었다. 졸업생 중에서 도지사, 군수, 부지사, 광역의원, 도선사, 교수 등을 배출 했다. 1만명에 가까운 졸업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모교를 빛내고 있다.

특히 성산고는 제주도 해양산업의 기둥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 열풍이 불면서 전국적으로 실업계 고교의 지위가 추락했다. 성산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추락할 수는 없었다.

양 교장은 "틈새를 찾아 우리 학생들의 진로를 개척하고 있다. 학생들은 훗날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옆에서 돕고 있다. 이게 학교의 교육"이라고 했다.

양 교장과 교사들은 정부, 기업, 대학 등 찾아다니며 얻어진 결과물을 학생들에게 맞게 교과에 접목하고 있다. 일정 부문 성과도 거둬 공무원 합격, 기업 취업, 대학 진학 등 결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 교육현장 누비면서 힘든 일이 뭐냐고 물었다. 양 교장은 "이제 사회 구조와 교육 환경이 바뀌었다. 지식은 누구나 모두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교실에서는 지식을 활용한 창의융합 사고에 의한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힘든 세상"이라고 했다.

이렇게 어려운 세상에도 힘듦을 인내하고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선생님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에서 달라진 교과와 세상을 연결하여야 한다. 특히 전문성을 찾아 진로와 연결시키는 교육기관은 세상과의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의 가슴 깊은 곳에 갇혀있는 열정을 끄집어내는 상호존중감과 용기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는 "진로를 찾는 학생들을 위해서 사회의 따듯한 보살핌도 필요하다. 큰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진로에 대한 기회 제공과 가이드가 필요하다"며 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성산고는 1949년 성산공립수산중학교 증식과 개설로 개교했다. 1951년 공립성산수산고등학교로 승격됐다. 그리고 15번의 (관련 교과 변경과 학과 변경, 학과 통합,교명 변경 ) 역할 변경이 있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가 무려 8번이다. 이로 인해 학교와 교사, 학생, 동문,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학교 개편을 위해서 제주도교육청은 두 차례 용역을 진행했다고 한다. 올해에도 6월까지 다시 용역을 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산고의 학교운영은 힘이 들고 동문들은 아쉬워 한다. 하지만 양 교장은 학교의 현실을 잘 이겨내며 학생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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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고등학교 교사본동 건물./부두완 기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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