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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AFP와 필스타글로벌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은 전날 중국인 2명과 필리핀인 운전사 3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중국인 용의자들은 필리핀인 운전사를 고용해 수도 마닐라의 대통령궁·주필리핀 미국대사관·경찰청 청사·공군기지 등 민감한 시설 근처를 차량으로 돌아다녔다. 이들이 운행한 차량에는 휴대전화 도청장치 'IMSI(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 캐처'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IMSI 캐처는 가짜 이동통신 기지국 역할을 해 반경 약 1∼3㎞ 안에서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를 가로챌 수 있다. NBI는 이들이 이미 수천 개의 데이터를 수집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필리핀 군 대변인 적시스 트리니다드 대령은 "이들은 비밀리에 불법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며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붙잡힌 필리핀인 1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문제의 차량을 몰고 이들 장소를 돌아다니는 대가로 하루에 최대 3천 페소(약 7만4천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다. 필리핀 당국은 수집된 데이터가 휴대전화 통화 내용인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필리핀에선 앞서 간첩혐의를 받는 중국인들이 두 차례 체포된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군과 경찰 기지를 정찰해 시설의 3차원(3D)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데이터를 만들어 중국에 넘긴 중국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체포됐다. 지난달 말에는 필리핀 공군·해군 기지와 해경 함정, 중국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 군도와 인접한 팔라완주 조선소 등을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중국인 간첩 5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첩보 활동 연루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과 중국 대사관도 아직 이번 사건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필리핀군 참모총장 로미오 브라우너 장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정보만으로 이번 첩보 활동이 중국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정보의 최종 수신자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