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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진아 고려대 교수 “삼권분립 훼손 우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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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5. 12. 17. 18:01

사법개혁 길을 묻다 <끝>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원칙 찬성
내란재판부, 장기집권 위한 포석
與 입법폭주 막을 장치는 '여론'
"견제 못하는 野도 각성해야" 일침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 인터뷰5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6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등 여당의 사법개혁안들이 서로 맞물리며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있다. 입법·사법·행정 3부가 견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다. 선출 권력이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법을 유불리에 따라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의 사법개혁을 이렇게 표현했다. 차 교수는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연구위원, 국회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을 지낸 헌법 전문가다. 차 교수는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 등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개별 법안의 세부사항과 동시다발적 처리 과정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혁안들이 사법부 독립을 약화시키고, 권력 통제를 무력화하며,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간다고 경고한다. 차 교수는 이를 '독재 메커니즘'과 같다고 평가했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개편인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대법관을 일정 정도 증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 부(4명) 정도가 적절하다. 12명 증원은 전원합의체 100%를 늘리는 것이다.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노골적인 코드 인사다. 재판소원의 경우도 너무 나이브(안이)하다.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돼 기본권을 침해한 확정 재판을 전부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으면 헌재에서 이걸 어떻게 거를 수 있을까. 더욱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고등법원 재정신청까지도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텐데 이걸 헌재가 감당할 수 있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의 동기 자체도 불순하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런 동기를 갖고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행태에 대해 헌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서로 의지하는 관계에서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매우 곤란해진다)' 아닌가. 오늘날 법원의 모습이 내일의 헌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 어떻게 장담하는가."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여당, 위헌성 제거해 추진하겠다는데.

"여당이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를 왜 같이 추진하려고 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내란 재판을 본인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한 것이다. 상대방 진영을 아예 궤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자체가 위헌인데 위헌성 소지를 제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공정한 재판이 의미가 없고 사전에 결론을 정해놓고 재판을 진행하는 '인민재판'만 남는다. 법 왜곡죄는 야만 그 자체다. 선진국 중에서 이런 조항을 두고 있는 건 독일이 유일한데, 이는 나치 시절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면서 인권을 탄압했던 판검사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는 사문화된 법이다. 끊임없이 꼬투리를 잡아 사건이 해결될 수가 없다. 수사나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을 때마다 법 왜곡죄 고소가 반복될 것이다. 그 결과 형사 처벌을 피하려면 정권에 철저하게 굴종할 수밖에 없다. 독재다. 사법부와 형사사법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거다."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법행정권을 법원으로부터 박탈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다. 헌법은 사법권이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의 범위에는 단순히 재판하는 권한이 아니라 사법행정 예를 들어 사건 배당, 사무 분담, 법관 인사에 관한 모든 것이 포함된다. 같은 논리로 따지자면 국회의 입법권을 단순히 법률 만드는 작업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 행정, 상임위원회 구성, 의사 절차, 직원 인사 권한도 국회에서 뺏을 수 있는 것인가."

-결국 다수 의석 가진 여당, 막을 수 없지 않나.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다. 여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여론뿐이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여당이 하는 모든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선거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 국민이 뽑아주고, 권력을 행사하도록 위임을 했지만 권력에 대한 통제도 국민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국민을 계도하는 게 야당의 역할이다.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시도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비판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비전을 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의 잘못도 크다. 각성해야 한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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