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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파푸아뉴기니 독립 50주년에 ‘의회 증축’ 선물…이면엔 ‘中 견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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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17. 09:24

PAPUA NEW GUINEA INDEPENDENCE <YONHAP NO-3686> (EPA)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가운데)가 9월 16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린 독립 50주년 기념 깃발 게양식 후 연설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호주가 16일(현지시간) 독립 50주년을 맞은 남태평양의 이웃 나라 파푸아뉴기니에 의회 의사당 증축을 선물하며 변함없는 우의를 과시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양국의 국방 조약 체결이 지연되는 등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의 독립기념 언덕에서 열린 국기 게양식에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참석했다. 영국에선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대신 에드워드 왕자가 참석했고 미국 국무부 부장관 등 각국 고위급 인사들도 함께 파푸아뉴기니의 독립 50주년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는 파푸아뉴기니 의회의 새로운 장관동 신축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는 파푸아뉴기니의 민주주의와 주권에 대한 투자"라고 밝혔다. 이는 남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키우고 있는 중국을 의식해 파푸아뉴기니와의 '민주주의 가치 공유'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마라페 총리는 기념사에서 1975년 독립 당시 초대 총독이 남긴 "우리는 호주 국기를 찢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리는 것일 뿐"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립도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파푸아뉴기니의 미래에 대한 존경·겸손과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기념식 분위기와는 달리, 양국 관계의 핵심 현안인 국방 조약 체결은 암초에 부딪혔다. 당초 앨버니지 총리는 기념식 전날인 15일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와 만나 양자 국방 조약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호주가 추진 중인 양자 국방 조약은 파푸아뉴기니와 함께 양국이 상대국의 방어를 지원하고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호방위조약이다. 파푸아뉴기니 국민도 호주군에 입대해 동료 군인들과 같은 급료를 받으면서 호주 시민권 취득 절차도 밟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조약 승인을 위한 파푸아뉴기니 내각 회의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서명식은 돌연 연기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각료들이 독립기념일 행사 참석을 위해 지역구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파푸아뉴기니 내부의 복잡한 속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앨버니지 총리는 국방조약 서명식을 17일로 연기했다면서 "조약을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파푸아뉴기니의 일부 의원들은 이 조약이 '모두에게 친구이고, 누구에게도 적이 아니다'라는 자국의 비동맹 외교 원칙을 훼손하고, 미·중 패권 경쟁에 파푸아뉴기니를 끌어들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독립 50주년을 맞은 파푸아뉴기니는 이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오랜 '우방'인 호주와 새로운 '강자'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한 셈이다. 인구 약 1200만명의 파푸아뉴기니는 호주(약 2800만명)에 이어 남태평양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미군의 요충지인 괌과도 가깝고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 바로 위에 위치해 있는데다 천연자원도 풍부해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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