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5가지 문제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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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주가부양 효과 상실, 해외 경쟁사 대비 불리, 구조조정·사업재편 제약, 자본금 축소에 따른 재무 악화, 경영권 방어 수단 상실 등 다섯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입법을 요청했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이 매입한 자기주식을 반드시 소각해 주주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의무화가 오히려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동기를 약화시키고 주가 안정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매입 공시 직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포인트 높고, 6개월1년 장기 수익률 역시 11.2~47.91%포인트 상회해 매입 자체가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례도 의무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일본·미국(델라웨어주·뉴욕주)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독일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정한 제약을 두고 있으나 전면적인 소각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영국·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보유 비중도 미국 24.54%, 일본 5.43%, 영국 4.93%로 한국(2.31%)보다 훨씬 높다.
보고서는 또 자기주식이 임직원 보상, 전략적 제휴, 합병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돼 왔음을 지적했다. 지난 1994년 상장사 직접 취득이 허용되고, 2011년 비상장사까지 보유·처분이 가능해진 이후 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21.2%), '운영자금 확보'(20.0%), '교환사채 발행'(14.3%)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간 제휴나 합병을 어렵게 하고, 자본금 축소로 재무구조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업처럼 자본금 규모가 사업 영역을 좌우하는 업종은 활동 제약이 불가피하다.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자기주식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데, 이를 소각하게 되면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최근 의결권 제한(3% 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제도 변화로 기업 방어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자기주식 규제보다는 공정한 활용 방안과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자본시장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고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전제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보다는 처분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