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도, 소비세 대폭 인하…미국발 경기 둔화 완화 노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0010005768

글자크기

닫기

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9. 10. 15:54

트럼프 50% 관세 폭탄 '세제 개혁 기폭제'
22일부터 시행…소비 촉진·기업 매출 증대 기대
India Vice President Election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뉴델리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부통령 선거에 투표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인도 정부가 오는 22일부터 소비세에 해당하는 '물품·서비스세(GST)'를 대폭 인하한다. 자동차, 식품, 생활필수품 등 400여 개 품목이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가계 부담을 줄이고 기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 연설에서 세제 개혁을 약속했다. 인도는 2017년 주마다 달랐던 간접세를 통합해 GST 제도를 도입했지만, 복잡한 세율 구조는 꾸준히 개혁 과제로 지적돼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산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소비세를 '비관세 장벽'이라고 비판해왔고, 모디 정권이 이를 협상 카드로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야당 역시 GST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해왔다.

모디 총리는 지난 4일 개혁안 승인 직후 "이번 세제 개편은 국민 생활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활동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렸다. 특히 오는 10월 인도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를 앞두고 소비 심리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개편은 GST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의 개혁으로 평가된다. 품목별로 네 단계로 나뉘어 있던 세율을 5%와 18% 두 구간으로 단순화한다.

감세 대상은 400여 품목에 달한다. 버터·치즈 같은 유제품과 파스타는 세율이 12%에서 5%로 낮아진다. 소형차(1200cc 미만), 에어컨, TV 등은 28%에서 18%로 인하된다. 개인 가입 보험(생명·의료보험)은 세금이 전면 면제된다.

또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의약품 분야도 세율이 크게 낮아진다. 구급·희귀질환용 의약품은 세율이 0%가 되며, 일반 의약품 역시 5%로 줄어든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를 진작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를 지탱하겠다는 계산이다. 인도 신용평가사 크리실은 감세 효과로 2025회계연도 기업 매출 성장률이 6~7% 수준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최대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승용차 최대업체 마루티 스즈키의 바르가바 회장은 성명에서 "세제 개혁은 침체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많은 소비자가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수단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인도 정부는 재정 건전성 강화에도 힘을 기울여 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지난 8월 14일 인도 국채 등급을 18년 만에 상향 조정했고, 이런 평가가 정부의 감세 결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핵심 쟁점인 농업 시장 개방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도는 미국 이외의 시장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으며, 유럽연합(EU)과의 협상도 가속화하면서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