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고객 신뢰 제고 목적…소비자 73% '보안 중요'
IT 기술력·플랫폼도 효과 발휘…탐지 모델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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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강화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쳤음에도 명의도용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금액을 전액 보상해주는 '명의도용 전액보상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간 금융사기 피해에 대해 은행들이 수백만원 한도 내에서 일부를 보상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피해액 전액을 보상하는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강화된 보안 절차가 금융사기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21년부터 고객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당했을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선보상하는 '안심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범 이후 작년 말까지 약 4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보상해 피해 고객들의 일상 회복을 도왔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각종 금융사기로 인한 피해금을 100만원까지 보장하는 '금융안심 보험'을 한시적으로 출시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피해 예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앞서 보이스피싱 및 금융사기 방지 시스템을 개발·적용했다. 카카오뱅크는 위조 신분증 탐지 및 휴대폰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고, 케이뱅크는 KT와 협력해 은행 최초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 정보를 금융사기 예방 시스템에 본격 도입했다. 토스뱅크는 사기 계좌로 송금 시 고객에게 경고 알림을 주는 '사기의심 사이렌'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러한 행보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영업점 등 오프라인 채널 없이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보안원이 실시한 '2024년 디지털금융 이용 및 보안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디지털금융 서비스의 편리성보다 보안성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점인 IT 기술력과 플랫폼이 금융사기 대응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전체 인력 중 IT 부문 개발 인력 비중이 50%에 육박하는데, 이는 시중은행의 IT 인력 비중(10% 내외)보다 월등히 높다.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사건사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금융사기 탐지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의 각종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이상 금융거래를 탐지하는 모형 및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복잡하고 정교해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응 강화를 주문한 만큼, 인터넷은행들도 추가 정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중 피싱 피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해 '금융사기 3중 안전망'을 마련할 계획이며, 카카오뱅크는 고객의 앱 사용 흐름과 이체 경로를 분석해 금융사기를 방지하는 방식의 신규 모델을 하반기에 적용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기 피해보상 제도의 도입은 기존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인터넷은행이 더 잘 보호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신규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며 "보상이나 정책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객에게 안심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