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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겸직 확대’ 軍 출신 인니 대통령에 “군부독재 회귀” 반대시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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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23. 16:18

INDONESIA-POLITICS/MILITARY <YONHAP NO-4630> (REUTERS)
지난 20일(현지시간) 군 장교들의 겸직 범위를 확대하는 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 중 물대포를 맞고 있는 시위 참가자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인도네시아 의회가 논란과 우려 속에서 군인들의 정부 직책 겸직 범위를 넓히는 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 침해 의혹을 받고 있는 군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의회가 군법(TNI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곳곳에서 이를 비판하는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인 자카르타의 의회 밖에선 비무장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이용해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엔 #RIP Reformasi(개혁은 죽었다)·#TolakRUUTNI (TNI 법안 거부)·#IndonesiaGelap (암흑의 인도네시아)과 같은 해시태그도 확산하고 있다. 이들이 군부 독재의 대명사였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몰락 이후인 1998년부터 시행된 개혁·민주화(Reformasi)가 죽었다고 한 까닭은 인도네시아 의회가 통과시킨 군법 개정안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고 군 장교들이 군에서 물러나지 않고, 군인 신분으로 겸직할 수 있는 정부 관료직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인 군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인도네시아의 기존 군법은 군 장교가 안보·국방·정보 관련 부서나 국가 기관에서만 복무할 수 있도록 규정하며 민정에서 군의 역할을 축소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군의 역할을 국방을 넘어 민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역 군인은 퇴직하거나 전역하지 않고도 기존 10개 기관 외에도 법무부· 재난대응청·테러방지청·해상보안청·국경관리청 등 5개 기관에서도 근무할 수 있게 된다. AFP통신은 개정안 초안을 입수했다며 5개 기관 외에도 대법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현역 군인을 다른 부처에 임명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게 된다.

해당 개정안은 민주주의 활동가와 대학생들로부터 큰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다. 군부 독재자 수하르토의 퇴진 이후 자리잡은 '민간이 군을 통제하는 체제'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군의 역할을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거 군부 독재시절 군의 정치·행정 개입을 정당화했던 '이중 권한 체제'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하르토의 군부독재 하에 놓여있던 인도네시아에선 군인들이 의회 의석은 물론 지방자치부터 중앙의 내각 장관까지 수천 개의 직을 겸직했다. 이렇게 정치·행정 부문의 요직을 겸직한 군인들은 수하르토가 군부 독재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인도네시아 인권단체 임파르시알의 알 아라프는 새 개정안이 "30년 이상 이어졌던 수하르토의 장기 독재를 종식시키고 군대를 병영으로 돌려보낸 후 추진된 민주화 개혁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취임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 정권에서 승승장구 한 군 출신 인사다. 그는 1998년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운동가 납치 지시 등 인권침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취임 이후 전현직 군인들을 내각에 다수 기용해왔다. 그는 비판이 이어지자 "개들은 짖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자신의 정책을 계속해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시민단체·학생단체 연합은 의회가 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헌법재판소에 해당 개정안을 검토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심의 과정이 서둘러 진행됐고 국민들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며 개정안이 비공개적으로, 빠르게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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