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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투기 오폭사고 원인…1번기 조종사의 3번 확인과정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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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3. 10. 10:57

한 편조 이루는 1·2번기 중 1번기 좌표 잘못 불러
1번기 조종사, '탄착시간'(TOT) 맞추느라 조급해진 것도 원인
오폭으로 파괴된 일상<YONHAP NO-4090>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민가 모습. /연합
경기도 포천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가 세 차례나 재확인 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5일만에 사고 중간 결과가 알려졌다.

공군은 이날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결과 발표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공군 KF-16 전투기 2대는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MK-82 일반폭탄 총 8발을 표적으로부터 약 10㎞ 떨어진 민가에 오폭했다. 포천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피해 민가는 142가구이며 민간인 부상자는 총 19명 발생했다.

오폭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2대(1·2번기)의 좌표 입력 과정은 먼저, 조종사가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며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꽂으면 이 데이터들이 전투기의 임무컴퓨터에 입력되어 시현기 등에 나타난다.


◇ 사고 전날 비행준기 단계서 첫 번째 오류 시작

오류의 시작은 사고 전날인 5일 '비행준비 단계'에서 한 편조를 이루는 1·2번기 중 1번기가 2번기에게 경로 좌표를 잘못 불러주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2번기 조종사는 1번기 조종사로 인해 JMPS에 경도는 올바르게 입력했으나, 위도 7자리 중 1자리를 잘못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확인 기회를 놓쳤다.

이후 사고 당일 '이륙 전 점검 단계'에서 1·2번기 두 조종사는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JMPS에서 DTC에 저장했는데, 2번기 DTC에는 장비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도 않았다. 이에 2번기 조종사는 시동 후 조종석 내에서 수동으로 정확한 표적좌표를 입력했다. 즉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좌표가, 2번기에는 올바른 표적좌표가 입력된 것이다. '이륙 전 최종점검 단계'에서 1, 2번기는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으나 이때도 1번기 조종사는 입력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해 두 번째 확인 기회를 놓쳤다.

마지막 '표적지역 진입 및 무장투하 단계'에선 전투기 2대는 이륙 후 표적 진입지점까지 정상적으로 진입했다. 이후 1번기 조종사는 진입지점 이후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항공기에 시현된 비행 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는 군의 설명이다. 또한 정해진 탄착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맹목적으로 "표적 확인"(TIS)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번기 조종사는 전 임무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군의 설명이다. 해당 조종사는 △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확인 과정 등 세 차례의 점검을 생략했다.


◇ 공군, 부대 지휘 관리·감독도 소홀

공군에 따르면,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상부 지시와 연계한 안전 지시사항을 하달하는 등 전반적인 지휘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훈련계획 및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고,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대대장에게 위임했다는 설명이다. 대대장(중령)은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하여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사항만을 강조했을 뿐, 이번 실무장 사격 임무에 대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다.


◇ 오폭 사고 재발방지 대책 및 피해주민 지원

첫 째, 공군은 현재 수행중인 표적좌표 확인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임무 편조와 표적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표적좌표 오입력에 따른 오폭 사고가 재발생하지 않도록 실무장 표적좌표 중복확인 절차를 보완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둘 째, 비정상상황 발생 시 조종사가 신속하게 전파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고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지휘관 관리 책임 강화 △비정상 상황에 대비해 중첩적으로 임무 통제 △전 조종사 교육 통한 실무장 훈련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 제고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공군은 오폭 사고로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국가배상 절차에 따라 신속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포천시, 국방부 등과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폭 현장 및 병원에 신속지원팀과 의무팀, 상생협력팀을 파견해 식사·숙소 지원, 의료지원, 피해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군은 이날 사고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비행기록 장치 확인 △낙탄 현장 조사 △임무 조종사 조사 △관계관 진술 청취 등 집중 조사를 통해 사고 상황과 원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조종사 요인, 지휘 관리·감독 요인, 사격장 임무 통제 요인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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