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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이경상 주교 “서울 WYD, 전 세계 젊은이 가능성 확인하는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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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2. 11. 09:58

[인터뷰]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WYD 총괄 코디네이터로 젊은이와 스킨쉽 강화
"쫄지말고 가치를 추구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경상 주교 인터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 이 주교가 전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 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황의중 기자 = 2027년 여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는 국내외 가톨릭 청년 약 10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행사로 이를 준비하는 한국천주교 또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2027 서울 WYD의 국내 실무자는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 보좌주교다.

이경상 주교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8년 2월 사제품을 받았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로마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교구 사당동본당 보좌를 거쳐 동대문본당과 방학동본당 주임 등을 지냈다. 2001년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사무처장,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사무국 국장, 성바오로병원 원목실장을 거쳐 2024년 4월 주교로 서품받았다. 20년 이상 학교에서 근무하며 젊은이들을 상대한 그는 본격적인 WYD에 앞서 교구를 돌며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 서울대교구청 주교실에서 만난 그는 젊은이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WYD를 "전 세계 젊은이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초대"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이 주교와 나눈 대화다.

- 2027 서울 WYD가 갖는 의미는.

"WYD는 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이들의 신앙을 독려하기 위해 1984·1985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전 세계 젊은이를 초대한 일을 계기로 이어지고 있는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다. 당시 교황께서는 젊은이들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보셨다. WYD는 천부적인 본질을 찾고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자고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청하는 일종의 '초대'다."

-최근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는데.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미사 후 모여서 1시간 정도 즉석에서 묻고 답한다. 한번 하면 500~600명이 모인다. 활발하게 질문하는 청년들을 보면 사랑스럽다. 만나보니까 주일 미사 참여가 의무라고 보는데 우리 때와 달리 젊은이들은 좀 더 개인의 자율성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들이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지구 모임을 할수록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제가 희망을 거는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기획력이나 창의력은 남다르다. 서울 WYD를 위해 젊은 봉사자 250명을 모집했다. 이 사람들을 뿌리로 해서 행사에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울 WYD 주제 성구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이다. 무슨 의미인가.

"저는 요즘 친구들 용어로 '쫄지마'라고 적힌 키링(key ring·열쇠고리)을 나눠준다. 유대인들은 수백년 동안 구세주를 기다렸다. 그런데 정작 구세주인 예수그리스도는 비천한 마구간에서 사회적으로 낮은 계급인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셨다. 놀라운 역설이다. 이는 화려함 너머에 존재하는 참된 가치를 찾아보라는 메시지다. 성경에는 '남은 자'라는 말이 있다. 세속적인 유행과 '바알의 제사(물신주의)'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제가 청년들에게 '쫄지마'라고 말하는 것은 가치를 추구하고 살라는 뜻에서다. '인간의 본질을 잃지마' '인간답게 살아' '반칙하지 마 니가 더 잘될 거야' 이런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 당장 활활 타오르는 친구가 잘될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아닐 수 있다. 본질에서 멀어진 삶은 죽은 삶이기 때문이다."

-서울 WYD는 어떤 대회가 되길 원하나.

"일단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한 대회가 됐으면 한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기획력이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교황청의 노하우가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기보다 인류 공동체가 인간 본질적인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감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다들 행복하고자 하는데 진정한 행복은 본질적 가치가 내 안에서 움직일 때 발견할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공동체도 번영할 수 있다."

-원활한 서울 WYD 행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서울 WYD 행사는 전국 각 지역의 교구에서 4박5일을 보내고 서울에서 5박6일 동안 진행된다. 행사 기간 약 100만명이 참가할 예정으로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대략적이지만, 인원 수용과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우선 홈스테이는 물론, 각 학교시설, 성당·사찰·교회·원불교 교당까지 다 사용을 요청하고자 한다. 개신교·불교·원불교 등 이웃종교 모두를 WYD에 초대할 계획이다. 일부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WYD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은 원활한 국제행사를 위해 필요한 치안·교통·의료 등 제반 조치를 위해서일 뿐이다. 국가지원금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종교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천주교가 가야 할 길은.

"본질에 충실하자, 신자의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사회복지 차원이 아닌 인기를 얻기 위해) 돈을 뿌리고 물질을 제공하는 것보다 인간 개개인의 존엄을 강조해야 종교가 산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예수님의 제자 모두는 탄압받고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처음 조선 땅에 왔던 프랑스 선교사도 순교했다. 전부 죽었으니 단기적으로만 보면 실패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 기독교가 뿌리내렸듯이, 본질에 충실했더니 오히려 성공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충실한 종교인이 필요한 때이다. 신이 내 안에서 움직이는 걸 느낀다면 삶은 보람차다. 많은 사람이 삶이 보람이라고 느낀다면 아이 또한 많이 낳을 수밖에 없다."

-성당에서 멀어진 젊은 신자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여러 가지 이유로 미사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계신다. 성당 내 인간관계에 신경 쓰기보다는 어렵더라도 미사 때 성체의 은총을 체험하는 데 집중해 보시라. 기독교는 신 자체가 제물이 된 종교다. 우리는 성체 성사를 실체가 있는 행위로 본다. (포도주와 빵이란 수단으로) 예수님께서 몸소 내 몸에 들어오시는 은총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님이 내게 하고자 하는 것을 할 때 얻는 기쁨, 그런 체험을 해보시라. 한번 성당에 나오지 않기 시작하면 습관이 된다. 천주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는 종교니까 일단 돌아와 달라."

이경상 주교 인터뷰
한국 전통 복장으로 조성된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조각상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이경상 주교.
이경상 주교 인터뷰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실에서 웃고 있는 이경상 주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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