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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후변화와 과학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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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8. 12. 18:07

박재형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2024년 여름 한국,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심각한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평년보다 더 덥고 비가 많이 오는 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폭염의 원인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강한 발달과 티벳 고기압의 확장이 지목된다. 미국 역시 2024년 여름 극심한 폭염을 겪는 중이다. 남서부와 중서부, 오대호, 북동부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평균보다 훨씬 높은 기온이 기록됐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5일 연속 섭씨 46도를 넘겼다.

이처럼 극심한 폭염 현상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열파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수록 더 극심한 온난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기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여 년간 한국의 평균 기온은 10년당 섭씨 약 0.18도씩 상승했으며, 최근 30년(1988~2017년)의 평균 기온은 과거 30년(1912~1941년)에 비해 1.4도 상승했다.

세계적인 폭염 현상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 그린뉴딜 정책 이행 등 실질적인 해결책 실행이 요구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장기적인 논란이 지속 중이다. 바로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를 둘러싼 정쟁이다. 이 문제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이 아닌 정치적 대결을 위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 세계적인 폭염과 대통령 선거 등 정치상황은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더 키울 전망이다.

현재까지 과학 연구로 입증된 결과들을 종합하면 기후변화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 노던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현상의 심화에 따라 미국 내 눈 폭풍 발생이 급속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로 인해 미 대륙의 열 스트레스가 금세기 중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라는 연구도 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사망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번 세기 후반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1월,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내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미국이 지난 행정부에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2020년 공식 탈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여러 차례 공식화했는데, 취임한 지 약 7개월 만인 2017년 6월 1일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효 후 3년이 지나야 탈퇴할 수 있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단서 조항 때문에 미국은 그해 11월에야 유엔에 탈퇴를 통보했고, 1년 후인 2018년 11월 정식으로 탈퇴 처리가 완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규제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제한 규제는 100건이 넘는다.

또한 협약 탈퇴 선언 이후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에 지급하기로 한 20억 달러의 지급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에 의한 기후변화 관련 연구의 예산 삭감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기후변화 대응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할 경우 다시 정부 정책이 뒤집히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학적인 정설이 된 기후변화 문제를 거짓 또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로 대표되는 이들은 기후변화가 완전한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부분적으로는 인정하며 이를 정치적 주장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특히 그를 지지하는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대응 정책이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 등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의 반대편에는 그 과정에서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좌파 세력이 있다. 그들은 실제보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현실을 과장하고 대중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어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시 나름의 이익을 챙긴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본질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갈등을 키운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과학을 정치의 눈으로만 보고 이용하면서 과학과 정치 모두 심각하게 왜곡·퇴행시킨다. 그리고 수많은 대중은 기본적 이해조차 없이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한쪽 정치 세력에 의한 과학의 정치적 이용 행태를 그대로 추종한다.

좌파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확대, 과장해 제기하고 있는 반면 우파는 이 문제 자체를 무조건 거짓, 사기 주장이라며 비난하는 행태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 등에 관한 한국에서의 논란 역시 다를 바 없다. 과학적, 합리적 논쟁은 찾아볼 수 없고 정치적 주장만 난무한다. 특히 이들 주제에 관한 방송 토론 등을 보면 해당 분야의 과학자가 아닌 정치인들이 주도한다. 언론사들은 처음부터 과학적 토론이 아닌 정치적 싸움을 붙여 시청률 높이기에만 관심 있다.

미국이나 한국 할 것 없이 대다수 사람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모든 것이 진보하고 있지만, 정치만큼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반대로 퇴보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과학을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과학을 이용해 정치적 양극화·극단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과학은 없고 이념만 남고, 논쟁은 없고 정쟁만 남았다. 이렇게 가면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정치는 19세기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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