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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나가는 원유공급 정책…러시아는 증산, 사우디는 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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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3. 05. 31. 15:22

빈살만&푸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
국제유가가 최근 한 달여 동안 꾸준한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그동안의 밀월 관계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31일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7월 인도분 가격은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4.42% 하락한 배럴당 69.46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4.6% 떨어진 배럴당 73.54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4일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다음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될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주요 산유국 간 원유공급 정책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부에도 감산을 강행했던 사우디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자국산 석유 가격을 낮춰 대량으로 풀고 있는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앞서 WSJ는 지난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원유 감산 여부를 놓고 사우디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요 산유국들로부터 자발적인 감산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러시아가 서방제재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생산을 늘리면서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OPEC+ 회원국들은 지난 4월 초 사우디 주도 하에 열린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해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러시아가 약속을 어기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러시아의 약속 불이행으로 OPEC+ 차원의 감산 방침이 흐지부지되면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국제유가가 '경제적으로 정당화되는'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OPEC+가 추가감산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해 사우디의 화를 더 돋우고 있다.

이번 OPEC+ 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는 다시 한번 감산 여부를 놓고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우디는 이번 산유국 회의에서 추가 감산에 나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장관은 지난달 말 "OPEC는 책임 있는 시장 규제자로 남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아닌 공매도 투자 세력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통해 추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역시 지난달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한 달 전에 자발적 감산을 단행한 만큼 이번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감산 의지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큰손인 미국 자산운용사 나벨리에앤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러시아가 저렴한 중질유를 원유시장에 대거 공급하면서 유가를 떠받치려는 사우디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4일 열리는 OPEC+ 회의 결과에 따라 유가 흐름에 변화를 가져다줄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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