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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 기준 매출 19조3066억원, 영업손실 41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정제마진이 악화된 가운데,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공급 과잉도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실제 석유개발(E&P), 정유,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화학 부문은 PX(파라자일렌) 마진 급락과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정유 부문 역시 항공유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에도 불구하고 수요 둔화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을 받았다.
배터리 사업도 손실을 이어갔으나,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매출 2조1077억원, 영업손실 664억원을 기록했고,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AMPC 2734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공장 가동률 개선 및 판매량 증대에 따른 결과다. 또 SK온 합병 법인 기준으로는 트레이딩·터미널 사업과 함께 처음으로 첫 분기 흑자(609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표한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총 5조원 규모의 자본 조달을 추진, 재무 개선 및 리밸런싱 작업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날 컨콜에서 회사는 "SK이노베이션 자체 증자를 통해 2조원, SK온 증자에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증자에 3000억원, 영구채 발행으로 7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PRS(주가수익스와프) 구조가 눈에 띈다. 회사는 "5조원 중 이자가 발생하는 항목은 PRS를 맺은 2조3000억원과 영구채 7000억원"이라며 "만기 시점에 주가가 오를 경우, 영업외비용이 상쇄될 수 있다"며 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발표한 SK온과 SK엔무브 간 합병 배경도 자세히 설명했다. 회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커지면서 열관리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SK온의 배터리·ESS 역량과 SK엔무브의 윤활유 기술을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SK온은 현재 글로벌 5위 배터리 업체이며, 엔무브는 EV용 윤활기유 및기반 제품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양사 합병을 통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한 물적 분할·합병이 아니라, 전기화 시대를 겨냥한 기술 융합과 미래 수익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실적설명회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LNG 등 1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수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4년간의 계약물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SK이노베이션E&S는 국내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미국산 LNG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입 확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에는 CB 가스전 가동으로 장기계약 물량은 이미 채웠지만, 신규 수요 개발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유 등 수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사안이 밝혀지지 않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전망에 대해 "정제마진이 7월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터리 부문도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세제 혜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며 "SK온의 적자 폭이 크게 줄었고, ESS를 포함한 신규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대규모 자본 조달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전기화 전환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중심의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