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자·조선 등 산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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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손 회장은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지난 2018년 2월 취임한 이후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이동근 상근 부회장, 류기정 경총 전무, 남용우 경총 상무와 정상빈 현대자동차 정책개발실 부사장, 박명식 HD한국조선해양 상무, 김태정 삼성전자 상무, 팽수만 LS그룹 상무 등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손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은 그만큼 노동조합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심정이 절박하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난 28일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데 따라 산업현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손 회장은 개정안이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로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법이 개정돼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굳이 현대차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내용은 아니지만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가 경제적으로나 어느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정 삼성전자 상무는 "전자 업종 자체가 지금 반도체나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굉장히 심하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을 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경영상의 의사결정이라든지 유연성이 상당히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 관계 측면에서 여러 가지 내부적인 불확실성이 가미 된다면 향후 미래의 경영 위기 상황이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갑작스럽게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과 여러가지 경영상 의사 결정까지 대화를 통해서, 또 파업을 통해서 이야기가 된다면 회사나 모든 업계에서 위기 상황들이 더 가중될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명식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미국 조선 시장이 열린다면 조선업 전체에 미칠 파급적인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큰 부분"이라며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부분들이 노조와의 협의 또는 파업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부분들은 향후 굉장히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팽수만 LS그룹 상무는 "오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며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자유무역의 시대에서 보호무역의 시대로 넘어온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우리 국익을 위해서 어떤 판단을 해야 될지 여러 가지로 고민을 많이 해야 될 시점이다"며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도 서로 양보하고 조금 더 고민을 깊이 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으로 대미 자동차 관세가 15%로 확정된 것에 대해 정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과만 놓고 좋다 나쁘다 판단하긴 이르다"며 "투자나 수입 확대 등 협상 전반의 세부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전 상황과 비교하면 나아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기존 무관세에서 15%로 오른 셈"이라며 "이제 15% 관세 수준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관세율만 봤을 때는 일본이 최대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과거에 2.5%의 관세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12.5% 올라 유리해졌겠지만, 계속해서 해법을 찾아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