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자들의 삶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용기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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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라이브클리닝센터'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세상과 단절한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곳은,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각자의 깊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느 날 이곳에 신입 인턴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극적인 사건과 비밀을 기대했던 인턴은 뜻밖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하루를 살아내는 증발자들의 일상을 마주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이 감추고 있던 과거와 상처를 직면하게 되고, 점차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세우기 시작한다.
'사라진 자리에서'는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 속 조용한 전환의 순간에 집중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꽉 찬 하루'를 통해 삶을 버거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작품의 극작과 연출은 손유하가 맡았으며, 김경택 총괄 프로듀서, 박미소 음악감독, 최현욱 무대디자이너, 정태민 조명디자이너 등의 창작진이 힘을 모아 섬세한 무대를 완성했다.
공연을 제작한 창작스튜디오는 배우 정찬우를 중심으로 연출가들과 협업해 창작극 인큐베이팅을 지속해온 단체다. 뮤지컬 '그림책 속 제주 이야기', '미스터래빗' 등 지역과 전통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안정적인 창작 환경과 서사적 감수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정찬우(형사/동생 역), 한흥규(선생 역), 허윤(누나/할매 역), 원근영(인턴 역) 등이 출연한다. 인물 각각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복잡한 감정의 결을 지닌 현실적인 인물로 표현된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속 깊은 상처와 기억을 지닌 인물들의 하루는, 마치 관객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무죽페스티벌이라는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공연예술 플랫폼 안에서 '사라진 자리에서'는 가장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지닌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삶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응시와 사유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이 공연은 깊은 공감과 감정의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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