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도 잔디 고사로 어려움
추춘제는 관중 대책도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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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최근 K리그1 경기를 치른 뒤 "너무 춥고 경기장이 축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춥다고 하소연한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겨울철 잔디 상태를 꺼냈다. 이승우는 "땅이 얼어 있다 보니까 제대로 킥을 못 한다"며 "밟으면 잔디에 축구화가 들어가지 않는다. 축구화가 안 들어가다 보니 짚고 차야 하는데 계속 미끄러졌다. 이런 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돈을 내고 오는 사람들한테도 솔직히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FC서울 공격수 조영욱도 "잔디 상태 때문에 선수들이 자꾸 다치고 그러는 게 우려스럽고 안타깝다"며 "관리를 잘해준다면 분명 K리그가 더 재밌어질 테고 또 부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김천 상무전에서 팀 동료 제시 린가드(FC서울)가 잔디에 걸려 넘어지면서 자칫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급기야 4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최근 선수들이 경기 중에 경험하는 열악한 잔디 환경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며 "잔디 품질이 과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면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라운드 잔디는 선수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부상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다 잔디로 인한 부상 우려 때문에 선수들이 몸을 사리면서 경기하고 있다. 전북뿐 아니라 프로축구 K리그2 경남FC는 첫 경기를 앞두고 전용구장 잔디 문제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남FC 선수단은 운동과 합숙소로 사용하던 함안군 경남FC 클럽하우스의 잔디 대부분이 고사해 합천과 고성, 진주 등에서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해진다. 남부지방이라고 겨울철 잔디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겨울철 잔디가 축구 경기에 커다란 걸림돌로 떠오른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춘제 도입을 도모하는 K리그 전체 운영 시스템과도 맞닿아 우려를 낳는다. 이승우는 추춘제 도입에 대해서도 "이런 경기장이라면 말이 안 된다"며 "열선을 깔든가 잔디를 바꾸든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축구장은 16~25도 정도의 비교적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한지형 잔디를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여름철 더위에 강한 난지형 잔디와 서늘한 기후에 강한 한지형 잔디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겨울철의 경우 한지형 잔디는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잔디가 추위에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 덮개를 설치하거나 난방 시스템을 사용해야 할 시기에 축구장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하게 된 것이다.
추위도 풀어야 할 난관이다. K리그는 전 세계 축구 흐름에 따라 기존 춘추제에서 추춘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혹서기를 피해 9월 리그를 시작한 뒤 이듬해 5월 마치는 일정이다. 여기에는 너무 추운 12월~1월 정도의 기간을 아예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11월과 2월도 축구를 관전하기에는 한반도 추위가 매섭다.
추춘제는 관중들에게도 곤욕스러운 일이다. 뻥 뚫려있는 관중석은 11월만 돼도 제대로 관전을 못할 만큼 춥다. 일각에서는 추춘제를 하게 된다면 관중들을 위한 대책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추춘제 도입을 선언한 일본처럼 우리도 추춘제로 가는 것이 여러 모로 좋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철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고 관중들을 위한 난방 조치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