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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서부 만달루용의 애디션 힐스 마을은 뎅기열 발병이 급증하자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모기·모기유충 5마리에 1필리핀 페소(25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일각에선 "포상금을 노리고 모기를 번식시키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마을 지도자는 "뎅기열 감염 사례 증가가 완화되면 (포상금 지급을) 중단할 것이라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인구 10만명의 이 마을에선 뎅기열 퇴치를 위해 각종 위생 캠페인과 물웅덩이 청소 등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올해 뎅기열 환자가 급증해 42명이 감염되고 이 가운데 어린 학생 2명이 사망하자 '모기와의 전쟁'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포상금 지급이 시작되며 모기사냥에 나선 주민 약 20명이 마을 사무소에서 보상금을 받아갔다. 모기 유충 45마리를 잡아 9필리핀 페소(225원)을 받은 한 주민은 "큰 도움이 된다. 커피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뎅기열은 뎅기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되는 병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관절통·메스꺼움과 구토·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 호흡곤란·출혈과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필리핀 보건부에 따르면 필리핀에선 이달 1일까지 최소 2만8234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가 급증했지만 당국은 "치사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 진단했다.테오도로 헤르보사 필리핀 보건부 장관은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곳을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즉시 의료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웅덩이에서 번식하는 모기의 특성상 뎅기열은 보통 우기에 확산한다. 필리핀 당국은 6월에 시작하는 우기를 앞두고 뎅기열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급증한 것은 간헐적인 폭우로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고인 물웅덩이들이 생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기에도 폭우가 내리는 데는 기후 변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