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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현장서 “상원의원들 폭탄테러로 죽이자”…필리핀 전 대통령 고발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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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2. 18. 09:58

PHILIPPINES-POLITICS-VOTE <YONHAP NO-0160> (AFP)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AF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필리핀의 유세 현장에서 "지금 상원의원들을 죽여서 공석을 만들자"고 말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前) 대통령이 형사고발에 직면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 최근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정당 후보자들이 출마할 수 있는 의석을 늘리기 위해 상원의원 15명을 죽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전날 형사 고발을 당했다.

필리핀은 오는 5월 12일 중간선거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의원·주지사 등과 함께 상원 의석의 절반인 상원의원 12명을 선출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야당 PDP라반에선 9명의 상원의원 후보들이 출마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주 마닐라에서 열린 해당 후보들의 지지 집회에서였다. 그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상원의원들을 폭탄 테러로 죽이자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상원의원들이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느냐. 지금 상원의원을 없애서 공석을 많이 만들면 된다"며 "상원의원 15명을 죽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상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폭탄을 사용하는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진 후 경찰 간부가 나서서 법무부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불법 발언과 반란 선동 혐의로 고발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고발한 경찰 소장 니콜라스 토레 3세는 기자들에게 "두테르테가 6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누구든지 공개적으로 죽이겠다고 위협할 수 있었던 격동의 시대는 끝났다"며 "추종자들이 그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과격한 언행으로 유명하다. 아버지를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도 최근 과격한 언행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내외와 하원의장을 암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거센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대통령 암살 협박과 함께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탄핵 소추에 직면했고, 필리핀 하원은 지난 5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운명은 필리핀 상원에 달렸다. 상원 의원의 3분의 2가 탄핵에 찬성하게 된다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해임되고 공직 선출도 영구히 금지된다. 탄핵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5월 중간 선거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 상원 구성이 곧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정치적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 현재 상원 대부분은 친(親)마르코스파 의원들이다.

필리핀 정계의 쌍두마차인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손을 맞잡았다. 마르코스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것을 계기로 정치적 동맹을 맺었지만 이후,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대 중국 관계·개헌 추진·민다나오 독립 문제·마약과의 전쟁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대립해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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