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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과도 정부를 수립한 시리아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에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전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테러청(BNPT)의 2021년 데이터에 따르면 시리아로 향한 인도네시아 국적 전투원은 약 1000명이다. 이 중 800명은 여전히 분쟁 지역에 남아 있고, 100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것으로 집계된 인원은 50명이다. 이들 모두가 실제 전장에서 활동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CNA는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인도네시아 국적 전투원들과 접촉했다며 "이들 중 다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지만 귀국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리아에 남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현지에서 가정을 꾸렸고, 시리아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HTS 소속의 한 인도네시아 전투원(34)은 "나는 공식적인 HTS 일원이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시리아 시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리아에 남아 있는 자국 국적의 외국 전투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은 과거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던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송환을 반대했으나 전문가들은 후임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대통령은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도 귀국한 전투원들에게도 장기간의 탈(脫)급진화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문제는 HTS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단체란 점이다. 인도네시아 현행법상 HTS와 같은 단체에 외국인 전투원으로 가담할 경우 테러리스트로 간주된다. 고국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더라도 인도네시아 테러방지법에 따라 4~15년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재활센터에서 최대 1년간 탈급진화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이 탓에 인도네시아 출신 HTS 전투원들 다수가 귀국보다는 시리아에 남아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과도 정부의 대통령인 아흐메드 알샤라도 "외국 전투원들도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공로가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며 이들의 시민권 취득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테러 조직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향후 4년 내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가 새로운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 과도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리아 내 자국민 보호 문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정치적 변화에 대해서는 UN 및 이슬람협력기구(OIC)와 협의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