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1억 5800만 마리 살처분…단기간 내 가격 안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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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A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과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12개 들이 계란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4.95달러로 전월 대비 15.2% 급등했다. 지난해 8월 최저가였던 2.04달러보다 약 2.5배 오른 가격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값이 치솟았던 지난 2023년 1월의 4.82달러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 기록도 경신했다.
이번 계란 가격 급등은 2015년 미국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로, 지난달 식품 가격 상승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계란값이 10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으며, 유기농 및 방목 사육 계란과 같은 특수 계란은 더 비싸다.
계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며 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미 노동부는 이날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에너지 및 식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단기간 내에 계란값이 내려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계란값은 부활절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달 올해 계란 가격이 20%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란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에서 확산 중인 조류 인플루엔자가 지목되고 있다. 한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전체가 살처분된다. 대형 농장은 수백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어, 대형 농장 한 곳에서만 조류 인플루엔자이 발생해도 공급에 큰 타격을 입힌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약 1억 5800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됐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3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으며, 그 전달에도 18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살처분된 조류에는 육계와 칠면조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이 산란계였다.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이 발생하면 폐사 처리, 시설 소독부터 닭을 다시 사육하고 산란하기까지 여러 달이 걸리는 점도 공급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계란값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들도 있다. 계란 농가들은 사료비·연료비·인건비 상승 압박에다,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방역에도 상당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 10개 주에서는 방사형 사육 계란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계란 공급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방사형 사육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이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진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이 발생한 주요 농장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의 방사형 사육 농장이었다. 방사형 사육 계란 의무화 법안이 이미 시행된 주로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네바다, 워싱턴, 오리건, 콜로라도, 미시간 등이 있다.
코뱅크(CoBank)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어니스트는 "폭등한 계란값이 소비를 일부 줄이겠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생산자들이 공급 공백을 메우기까지에는 여러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