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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독재자’ 딸에 결국 불타버린 ‘건국 영웅’ 아버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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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2. 06. 16:31

Bangladesh Protest <YONHAP NO-1739> (AP)
6일 새벽,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시위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자택을 철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임시정부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자 분노한 수천 명의 학생시위대가 하시나 전 총리의 아버지 가옥에 불을 질렀다. '독재자' 딸에 분노한 시위대의 손에 독립영웅의 저택이 불타는 등 방글라데시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대규모 시위로 축출된 하시나 전 총리의 아버지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초대 대통령의 집을 불태웠다. 라흐만 전 대통령의 자택은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인 장소다. 하지만 이후 1975년 라흐만 전 대통령은 가족 대부분과 함께 이 곳에서 암살당했고, 암살로부터 살아남은 하시나 전 총리가 이후 이곳을 아버지의 유산을 기리는 박물관으로 바꿨다.

이 곳을 공격한 시위대는 '차별반대학생모임'와 이 단체와 연계된 시위자들로 하시나 전 총리의 연설이 새롭게 구성된 임시 정부에 대한 도전이라며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시나 전 총리의 온라인 연설을 저지하기 위한 '불도저 행렬'을 조직, 라흐만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향했다. 이들은 막대기와 망치는 물론 크레인과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자택 철거에 나섰다.

하시나 전 총리는 임시정부가 위헌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탈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임시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시위대의 공격에 대해 "건물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역사는 파괴할 수 없다. 역사는 복수한다"고 일갈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재임 중이던 지난해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할당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지난해 7월부터 한달 가까이 무자비한 폭력으로 학생 운동을 탄압하자 일반 시민들이 시위에 가담했고 결국 군경마저 돌아서며 지난해 8월 인도로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숨진 시민들은 1500명, 부상자는 1만 9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방글라데시엔 노벨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정부가 들어섰다. 과도정부는 총선을 준비하는 한편, 인도에 유혈진압 등과 관련해 고발된 하시나 전 총리를 송환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과거 하시나 정부를 전적으로 지원해 온 인도는 이렇다할만한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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