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국제적 반발에…‘가자지구 장악’ 구상 한발 후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206010002919

글자크기

닫기

최효극 기자

승인 : 2025. 02. 06. 11:01

트럼프 측근 "영구접수 아니고, 파병 안한다"
공화당도 이견 표출…"두 국가 해법 유지돼야"
전문가들 "강제 이주 국제법 위반 가능성 커"
이스라엘 언론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구상"
US-POLITICS-TRUMP-WOME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의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위해 펜을 고르면서 한 어린 소녀와 대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자 국제사회가 즉각 반발하고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혼선과 회의적인 반응이 잇달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입장을 일부 후퇴시켰다. 이들은 미군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접수할 계획이 없으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면서 미국이 가자를 접수하고 팔레스타인을 '중동의 리비에라'로 탈바꿈시키자는 '깜짝 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제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의원들은 오랜 기간 중동외교의 근간이 돼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납세자의 돈을 투입하거나 미군을 또다시 전쟁터로 보내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에 투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군인의 피를 흘리는 또 다른 점령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 구상에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크리스 반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인종 청소'"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자지구를 떠날 수 없다고 밝혔지만, 15개월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주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시도에 단호한 거부" 입장을 밝히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집트 외무부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떠나지 않는 상태에서 가자에 대한 지원과 복구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역시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회담에서 "어떤 형태의 강제 이주나 영토 합병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과테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가자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리하고 재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에 미군을 투입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미국의 예산을 들일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가자에 미군을 배치하는 데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국제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민간인 강제 추방이나 이전은 국제 인도법 위반이며,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상이 1949년 제네바 협약, 1998년 로마 협약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큰 구상'을 던져 반응을 살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 계획을 옹호하며 "해당 지역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대담하고 단호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도 이 구상을 환영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기존 원칙을 뒤엎는 발상인 동시에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없이 가자지구 내 무장 세력을 제거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그의 대담한 제안은 곳곳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트럼프의 구상은 실현되지 않더라도 역내를 확실히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는 중동에서 '풀을 건드리는' 제안을 내놨다"며 "그의 급진적인 정책을 본 역내 일부 국가들이 가자지구 문제에 더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역내 국가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하마스가 힘을 키워 가자분쟁이 악화됐는데 이런 국면을 뒤집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구상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위험과 기회가 함께 찾아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효극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