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완화 위해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 필요 목소리
|
전문가들은 성별 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여성의 '독박 육아'와 남성 중심 경제 구조를 지목하고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화와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4일 더 선 데일리 등 현지 매체는 2023년 말레이시아 성 격차 지수(2023 Malaysia Gender Gap Index)에서 이같은 수치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가령 남성이 월급 100링깃(약 3만2800원)을 받을 때 여성은 66링깃(약 2만1600원)을 받는 셈이다.
동일 교육 수준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더 받았다. 말레이시아 통계청의 2023년 졸업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남성의 평균 임금은 동일 학위 여성보다 약 900링깃(약 29만4700원)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여성의 육아·가사 부담, 남성 독과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의 싱크탱크인 카자나 연구소의 2019년 무급 돌봄노동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약 64%는 남성과 같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육아, 가사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즈린 니잠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 임시이사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 진출이 늘었지만, 고위직의 남성 독과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카자나 연구소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1970년 약 37.2%에서 2023년 약 56.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니아스 아사둘라 모나쉬대학교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고위직 인원 중 약 24.85%가 여성이다. 이는 싱가포르(약 38%), 스웨덴(약 44%)에 비해 낮으며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34.2%)보다도 아래다.
아사둘라 교수는 "말레이시아 교과과정은 여성을 순종적이고 가정적으로 그린다"며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이 임금 격차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녀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니잠 이사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법제상 근거 부족이 남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여성지원기구(WAO)는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양성 평등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계 로펌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에 따르면 현재 말레이시아 법률은 고용주가 남녀 동일가치노동에 관해 동일임금 지급 의무를 직접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고용법 제69조에 따라 직장에서 발생한 고용 차별에 관해 고용청장은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최대 5만 링깃(약 163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