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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탕 뺀 ‘무인 제로 매장’ 열풍…‘건강 착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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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2. 17. 18:54

저당식품 생산액 전년 대비 20.1% 증가
WHO "제로와 건강 일치하는 것 아니야"
식약처, 내달부터 함량·열량정보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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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무인 제로 식품 판매점. '걱정 없이 군것질하세요'라고 선전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제로면 건강한 거 아니에요?"

17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무인 제로(ZERO) 식품 판매점을 찾은 한기정씨(26)는 진열대에 놓인 제로 에너지바 제품을 집어 들었다. 다이어트 중이라는 한 씨는 "식사 대용으로도 제로 음식을 많이 활용해서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며 매장 한쪽에 마련된 건의함에 '저당 샐러드 소스를 갖춰 달라'고 적었다.

설탕·당류를 줄인 '제로' 식품만을 모은 무인 판매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추세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제로가 곧 건강을 의미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로 식품 시장의 성장세는 수치로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5월 29일 발표한 '2024년 식품산업 생산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제로 제품 생산액은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빵·소스류 등 비음료 제품 생산액은 109.7% 늘었고 제로 제품의 생산 실적 보고 품목 수는 590개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제품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제로 제품만을 모은 무인 매장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 상당수는 제로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보다는 '건강할 것 같다'는 막연한 인식에 기대 선택하고 있었다. 같은 매장을 찾은 대학생 김모씨(23)는 "기말고사 기간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단 음식을 먹고 싶었다"며 "일반 초콜릿이나 사탕보다 제로 제품이 더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제로 제품의 성분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잘 모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로 제품이 결코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강재헌 서울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로 제품에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역시 많이 섭취할 경우 비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제로'가 곧 건강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공 감미료에서 나오는 단맛은 열량이 없어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결과 단맛에 둔감해져 더 단 음식을 찾게 될 수 있다"며 "제로 제품 위주의 선택보다는 영양소 균형이 맞고 열량이 적절한 식단을 유지하고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식약처도 소비자가 제품 선택 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내년 1월부터 감미료의 종류와 사용량, 열량 정보를 함께 표기하는 제도를 의무화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제로' 표시만으로 제품을 판단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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