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핵심은 '상승률 안정'과 '물가 수준 하락'을 혼동하는 데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것은 가격이 덜 오르고 있다는 의미일 뿐, 이미 오른 가격이 내려왔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누적 물가 수준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작년 소비자물가는 2020년 대비 약 17% 가까이 올랐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더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이 여전히 큰 이유다.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인은 필수소비재 중심의 가격 오름세다. 최근 물가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안정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1월 석유류 물가는 0%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품목인 수산물(5.9%), 축산물(4.1%), 외식(2.9%)·가공식품(2.8%) 등은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품목일수록 가격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장기 흐름을 보면 문제는 더 뚜렷하다. 외식물가는 2020년 이후 누적으로 24.7% 급증했다. 김밥(38.2%), 햄버거(35.2%), 자장면(33.5%) 등 가격이 30% 이상 오른 외식 품목도 적지 않다. 이는 임금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3%대 수준에 그쳤다.
통계 산출 방식도 체감 괴리를 키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60여개 품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된다. 이 가운데 가격 변동성이 큰 외식·신선식품은 실제 소비 빈도가 높아 체감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어서 과소 반영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1인 가구와 청년층, 맞벌이 가구는 외식·배달·간편식 소비 비중이 높은데, 이 계층일수록 공식 물가보다 더 큰 인상 압력을 체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의 물가 대응 역시 단기 처방에 치우쳐 있다. 할인 쿠폰, 한시적 세금 인하, 비축물량 방출 등은 순간적인 체감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구조적 해결책은 아니다. 외식·서비스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인건비, 임대료, 원가 구조, 유통 단계 비효율 등 복합 요인에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 통계상 상승률만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체감물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가 안정의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다. 서민과 중산층이 실제로 장바구니 부담이 줄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정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정부는 물가안정 목표 달성이라는 거시적 시각에 머무르지 말고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안정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