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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사우디 방산 정책 총괄 컨트롤타워인 사우디 방위산업청(General Authority for Military Industries·GAMI)의 계약 평가 기준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GAMI는 계약 심사 항목에 △현지 생산 비중 △기술 이전 범위 △사우디 국적 인력 고용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명시했다.
K-방산 전문가인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5일 "중·대형 무기 체계의 경우 단순 조립이나 키트 생산으로는 부족하다.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과 MRO(유지·보수·정비) 역량 이전까지 요구된다. 미국의 주요 방산기업이 사우디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은 방산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산업 내재화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현지화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정부 전체 예산의 약 24%를 차지하는 국방비를 수입 무기가 아니라 자국 산업의 성장 엔진으로 쓰겠다는 선언이다.
◇ WDS서 현지화 전략 본격화
사우디 국방부와 GAMI이 주관하는 WDS 2026은 세계 3대 방산 전시회로 꼽히는 국제 방산전시회다. 오는 8~1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WDS는 육·해·공·우주·보안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 세계 925개 이상의 기업과 1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참여할 것으로 집계됐다. WDS는 무기를 전시하는 박람회가 아니라 산업 파트너를 선별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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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사우디 시장은 중동 전체 전략의 시험대"라며 "가격과 성능 못지않게 현지 산업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방산은 수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생산·정비·교육을 포함한 패키지 전략이 필수가 됐다"고 했다.
◇국가 차원 군사외교 지원도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5일부터 1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WDS 2026을 직접 참관하고, K-방산 홍보와 공군 외교를 병행한다. 일정의 핵심은 사우디 군 수뇌부와의 고위급 소통이다. 손 총장은 투르키 빈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공군사령관(중장)과 양자대담을 갖고 항공 전력 협력과 훈련·운용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WDS 2026 방산 전시 현장에서 하브 스미스 영국 공군참모총장(대장)과의 양자대담도 계획돼 있다. K-방산을 둘러싼 삼각 외교·군사 네트워크가 리야드에서 가동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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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T-50B 9대(예비기 1대 포함), 인원·화물 수송을 위한 C-130 4대, 장병 120여 명을 파견했다. 블랙이글스는 원주기지를 출발해 일본 나하-필리핀 클락-베트남 다낭-태국 치앙마이-인도 콜카타·나그푸르·잠나가르-오만 무스카트를 경유하는 총 1만 1300여㎞의 장거리 비행 끝에 리야드 말함(Malham) 공항에 지난 2일 도착했다. 우리 공군의 사우디 전개는 항공 플랫폼·훈련 체계·운용 능력까지 포함한 '항공 산업 패키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적 메시지다.
2026년은 K-방산에게 '수출 2막'의 시작점이다. 계약 건수와 금액보다 운용·정비 체계와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사우디에서의 현지화 성공은 UAE·이라크·바레인 등 중동 전반으로의 확산 효과를 낳을 수 있다.
8일부터 열리는 WDS 2026은 K-방산이 수출국의 한계를 넘어 산업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시험대다. 사우디는 무기를 사지 않는다. 사우디는 파트너를 고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