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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신 베트남·인도로… 이재용 실용주의가 바꾼 생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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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6. 02. 04. 17:56

10년간 中 생산 축소후 제조 벨트 재편
베트남서 전 세계 갤럭시폰 절반 생산
美 리쇼어링 정책 맞춰 현지 투자 확대
지정학 리스크·비용 구조 변화 고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선 2016년은 삼성 제조 역사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간 삼성전자는 '외형 성장'과 '초격차 확대'에 집중했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의 방식에서 나아가 철저한 실용주의와 미래 기술 선점을 양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 대수술을 단행했다. 

삼성은 한때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 비중을 과감히 덜어내고 베트남과 인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생산 벨트를 완성했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을 각각 첨단 생산과 핵심 기술의 축으로 세우며 생산과 기술의 역할을 분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순한 공장 이전이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와 비용 구조 변화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재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2016년 3만7070명이던 중국 임직원 수는 2024년 말 기준 1만명 이하로 추산된다. 이처럼 인력이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이 엇갈린 사업 구조의 양극화가 자리한다. 톈진과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에서는 과거 연간 1억5000만대를 생산하며 수만명을 고용했지만, 스마트폰 제조 라인은 이제 사라졌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시안 반도체 공장이 첨단 설비 위주로 가동 중으로, 필수 기술 거점의 인원만 남긴 셈이다.

이는 평소 '형식보다 실리'를 강조해 온 이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0%대로 추락하고 현지 인건비가 급등하자 삼성은 2018년 톈진, 2019년 후이저우 공장을 잇달아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를 정확한 정세 판단에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여 년 전,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을 내보내고 자산과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중국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흐름을 삼성이 빠르게 간파하고 생산 효율성이 높은 동남아로 축을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비운 자리는 베트남과 인도가 나눠 가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베트남 내 4대 공장은 지난해 1분기 합산 이익이 9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했다. 반면 인도는 14억 내수 시장을 무기로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법인은 상반기에만 매출 9조5713억원, 당기순이익 78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부피가 큰 생활가전과 TV는 소비 시장과 인접한 유럽과 미주 대륙에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구조다. 물류비 절감과 관세 장벽 대응을 고려한 전략이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브롱키 공장이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헝가리 야스페니사루 공장이 TV와 모니터를 전담한다. 

반도체 생산 기지는 미국의 '리쇼어링(자국 내 생산)' 정책에 맞춰 미국 본토로 확장됐다. 2021년 투자가 확정돼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는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이 그 결과물이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첨단 제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를 국가 안보 산업으로 규정하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공급망 재편 압박이 이어졌고, 이후 행정부에서도 반도체 지원 정책과 현지 생산 유도가 강화되는 추세다. 

또한 이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도 평가받는다. 테일러 팹은 첨단 로직 공정을 기반으로 북미 고객 수요에 대응할 거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최근 AI 가속기와 자율주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엔비디아, AMD, 테슬라 등 현지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흐름과 맞물린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국 본사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로서의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 2016년 9만3000명 수준이던 국내 임직원 수는 2024년 12만529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의 사업 구조가 노동 집약적인 세트(완제품) 중심에서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와 R&D(연구개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임직원 수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거점 전략은 인건비 상승 여부, 해당 정부의 법인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 등에 따라 중국에서 베트남, 베트남에서 인도 등으로 옮겨 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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