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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장기화에…서학개미 美주식 매수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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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12. 17. 18:15

10월 연중 고점 이후 매수 둔화
환차손 우려에 신규 진입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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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터치하며 1500원을 앞둔 가운데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고환율 부담이 지속되면서 미국 주식 매수 규모는 10월을 정점으로 이후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지난 10월 454억 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11월 289억 달러로 줄었다. 12월 들어서도 16일 기준 136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직 월 중순임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월평균 매수 규모(약 20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매수세는 점차 둔화되는 흐름이다. 11월 셋째 주(17~21일) 71억 달러를 웃돌던 주간 매수 금액은 11월 마지막 주(24~28일) 62억 달러로 줄었고, 12월 첫째 주(1~5일)에는 57억 달러대로 더 낮아졌다. 고환율 부담과 함께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매수에 신중해진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대외 환경과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험회피 흐름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원화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유지되고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는 신규 진입 투자자와 기존 보유자 간 수익률 격차도 더욱 벌어진다. 뉴욕증시에서 알파벳은 지난 16일 주당 307.73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원·달러 환율 1480원을 적용하면 1주 매수에 필요한 원화 금액은 약 45만5000원에 달한다. 환율이 1350원 수준이던 시기와 비교하면 불과 몇 달 사이 주당 4만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더 큰 부담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환차손으로 실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환율 수준에서 알파벳을 매수한 뒤 주가가 5% 상승하더라도, 그 사이 환율이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경우 국내 투자자의 최종 수익률은 오히려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 주가 수익을 환율 손실이 상쇄하는 '수익률 역전' 가능성이 현실적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신규로 미국 주식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은 '환율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확실한 모멘텀이 없다면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추가로 급등하기보다는 고점 부근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위험회피 심리와 외국인 매도세로 환율 상승 압력은 남아 있지만, 엔화 강세에 따른 달러 약세 압력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경계로 1470원대 중후반에서는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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