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보이스피싱 수배전단 만든다…‘보이스 원티즈’ 전개

경찰청·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과 협력
보이스피싱 음성 데이터 수사 활용
'가상의 몽타주' 형태 시각화

제일기획이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과 함께 '보이스 원티드'를 전개한다./제일기획

제일기획은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과 함께 대국민 제보 캠페인 '보이스 원티드(Voice Wanted)'를 전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비대면 범죄인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지만 범죄자의 목소리 지문인 성문(聲紋)은 바꿀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됐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해 범죄 예방과 수사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캠페인에 참여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주변에서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수사 기관에 제보를 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누구나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제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통화 녹음 기능을 켠 상태에서 단답형으로 짧게 대화한 뒤 전화를 끊고, 캠페인 포스터에 포함된 QR 코드를 통해 녹음 파일을 제출하면 된다.

캠페인 홍보를 위해 경찰이 보유한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자 음성을 활용한 이색 수배 전단 포스터도 제작됐다. 최근 신고된 사례 가운데 수사관 사칭, 마사지업소 사칭, 검찰 사칭, 대출 빙자, 카드 배송 빙자, 납치 빙자 등 주요 수법을 중심으로, 피싱범의 성문에서 추출한 파형 그래프를 '가상의 몽타주' 형태로 시각화했다.

포스터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 영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통화 녹음 파일을 즉시 제보할 수 있다. 해당 포스터는 전국 경찰서와 은행, 통신사, 관공서 등에 순차적으로 부착될 예정이다. 제보를 통해 확보된 성문 데이터는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제공돼 음성 분석 모델 고도화, 범인 특정, 조직망 확인, 여죄 추적 등에 활용된다. 향후에는 통신사와의 데이터 연계를 통해 앱 내 경고·알림 등 사전 차단 기능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효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단장은 "이번 캠페인은 최신 피싱범들의 성문을 다량 확보해 범죄 예방 및 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나아가 피싱범들에게 보이스피싱 시도 자체가 스스로 증거를 남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줌으로써 보이스피싱 시도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간편제보, 번호정지, 계좌동결 등 다양한 솔루션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이스피싱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피해액은 2023년 4472억원에서 2024년 8545억원으로 91% 늘었으며, 올해는 10개월 만에 누적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 9월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조직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출범시키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