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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LS그룹 전기차 전략, LS전선에 ‘청구서’로…적자 자회사에 얹어준 ‘사모펀드 웃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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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승인 : 2025. 12. 16. 18:13

IPO 실패 이후 지분 맞교환·풋옵션 행사로 FI 엑시트
계약 구조 속 비용 부담, LS전선에 집중됐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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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LS전선이 자회사 LSEV코리아 지분을 비싸게 떠안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는 '지배구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사모펀드(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LS전선이 부담을 떠안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LS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해 온 전기차·해외 생산 거점 확대 전략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맞물리며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그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은 적자를 지속하는 전기차 부품 계열사 LSEV코리아의 잔여 지분 16%를 489억원에 전량 매입하며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거래는 LSEV코리아의 코스닥 상장 추진이 무산된 이후 계약 구조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LS전선 측에 따르면 LSEV코리아는 지난해 7월 순이익 요건을 면제받는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일명 '테슬라 요건')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상장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인 케이스톤파트너스(케이스톤)가 의무 보유 확약(락업)에 응하지 않으면서 상장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S전선 관계자는 "당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사모펀드가 락업을 해 주지 않으면서 상장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이후 케이스톤이 계약상 보유한 투자금 회수 권리를 행사하면서 지분 매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FI의 비협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의 경우 보호예수기간 동안 실적 개선과 사업 가시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전기차 캐즘 속에서 LSEV코리아의 실적 반등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점이 FI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호예수 기간 주가 하락 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구조에서, 케이스톤 입장에서는 락업으로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계약상 보장된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었을 것"이라며 "결국 FI를 붙잡을 만큼의 사업 비전과 상장 안정성을 LS전선이 제시하지 못한 점이 상장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케이스톤은 2020년 말 LS전선의 폴란드 전기차 부품 법인(LS EV Poland)에 3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1년 추가로 100억원을 투입해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계약에는 상장 실패 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등 투자자 보호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상장 추진이 무산되면서 케이스톤이 보유하던 LS EV Poland 지분 50%는 LSEV코리아 지분 약 16%와 맞교환됐고, 이를 통해 LSEV코리아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LSEV코리아 지분 16%의 가치는 올해 초 기준 약 4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후 계약 구조에 따라 투자금 회수 절차가 진행되면서 LS전선이 해당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수순이 이어졌다. LS전선은 매입 가격에 대해 "케이스톤의 투자금 400억원에 연 4~5%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적용한 금액"이라며 "케이스톤이 2020년 투자에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연간 15억~20억원가량의 이자가 붙은 수준"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케이스톤은 총 투자금 400억원을 투입해 489억원을 회수하며 약 4년 만에 22%(약 9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실현했다. 반면 LS전선은 2023년 182억원, 2024년 3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된 자회사를 100% 떠안게 됐다. 전기차 캐즘으로 해외 생산법인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금 489억원 유출까지 겹치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LS그룹의 공격적인 전기차 확장 전략이 결과적으로 그룹 핵심 자회상에 비용 부담을 키우고 리스크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아 투자를 유치했지만 사모펀드는 수익을 실현한 반면 비용 부담은 모회사인 LS전선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사모펀드의 엑시트 전략보다는, 상장에 필요한 사업 전망과 투자자 설득에 실패한 모회사의 전략적 판단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며 "FI가 빠져나간 자리를 LS전선이 현금으로 메우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고 말했다.

LS전선 관계자는 "그룹의 전기차 전략과는 무관하며 케이스톤이 계약상 보유한 풋옵션을 행사함에 따라 이뤄진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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