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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며 "특히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여당에는 국정의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며 협치를 강조했다. 또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 요청 시 적극 검토해 소통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여야 대표회담의 정례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오찬 면담 후 30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비공개 단독회동에서는 정치복원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장 대표는 획기적인 청년고용대책,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건설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 민생 정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관련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양도세 부과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 발언으로 대통령실이 이를 백지화하고 원상복구할지 주목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이날 "정부가 결정한 정책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세법개정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회동에서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한 대목도 있었다. 장 대표는 "지금 국민은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며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대표는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3대 특검(내란·김여사·해병) 연장법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는 법조계나 대법원도 반대 뜻을 분명히 표명한 바 있다.
이번 만남이 어렵사리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여야가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 협치의 길로 나아가는 마중길이 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여야 협치를 원한다면 사법부 독립을 해칠 수 있는 법안들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