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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시멘트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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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기자

승인 : 2025. 08. 1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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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중소벤처부장
국내 시멘트 업계가 심각한 내수 침체와 친환경 투자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멘트 내수 판매량은 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1992년(1976만톤) 이후 33년 만에 최저치인 2000만톤 이하였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IMF 외환위기인 1998년(2148만톤)과 리먼 브라더스발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2404만톤)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올해 시멘트 내수가 4000만톤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며 시멘트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러한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업계는 막대한 설비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비롯해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업계는 설비 투자에 연간 수천억원을 집행하고 있다.

11일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업계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4990억원이었던 반면 설비투자 금액은 5788억원에 달했다. 10년치 평균 기준으로 살펴봐도 수익(3563억원)보다 지출 (3799억원)이 훨씬 많은 것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다.

다시 말해 투자 여력이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친환경 설비 교체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생산 설비의 규모와 운영 효율성이 경쟁력을 좌지우지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번 합병은 국내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 자산·인프라 결합과 시장 점유율 증대로 규모의 경제 달성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의 난제 해결은 개별 기업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건설업계의 쌀'로 불리는 시멘트는 안정적인 공급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주택·인프라 건설 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저리 융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건설 경기 부양과 연계한 수요 회복 정책도 동반되야 할 것이다.

현재 내수 부진으로 인한 시멘트 업체의 설비 가동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4%이지만 시멘트 산업은 이를 밑도는 71.9%에 불과했다. 클링커 기준으로 업체별로는 쌍용C&E는 79.8%로 평균을 상회한 반면 아세아시멘트(65.2%)·한일시멘트(60.3%)·삼표시멘트(59.9%)·한라시멘트(55.3%)·성신양회(50.3%) 등은 하회했다.

시멘트는 철강과 더불어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 올 때 우산이 필요하듯이 내수 절벽과 투자 압박 속에서 시멘트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강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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