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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역대급 실적’ KB·신한·하나銀, 충당금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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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8. 03. 17:26

연체율 증가 등 건전성 리스크에
충당금 전입액 1년새 70% 넘게 ↑
대내외 불확실성에 하반기 변수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순익 9조원을 넘겼지만,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작년 상반기보다 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70% 넘게 급증했고, 순익이 감소한 우리·NH농협은행도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당금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들 은행은 상반기 건전성 관리와 함께 배드뱅크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충당금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미국 관세 부과 여파와 정부 가계대출 규제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하반기 충당금 전입액의 증감 규모가 실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합계는 1조888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55%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충당금 전입액은 2023년 상반기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부실 등으로 약 2조7000억원을 기록한 후, 리스크 관리 강화에 지난해 1조218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1년 만에 다시 반등했다.

은행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를 차지한 신한은행의 충당금 확대가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은 상반기만에 3473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쌓았는데, 이는 작년보다 130%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와 함께 2분기 중 기업 정기 신용평가를 보수적으로 진행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리딩뱅크 경쟁사인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충당금 전입액이 각각 77.6%, 74.3%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 전망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데다, 부실채권 증가가 충당금 전입액 확대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충당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업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와 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확대되면서 실적이 주춤했다. 특히 대출 건전성 대응과 함께 홈플러스 관련 채권 상각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점이 충당금 규모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충당금 전입액이 줄었지만, 이자수익 등 핵심 이익체력의 하락으로 향후 충당금 증가 시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들이 충당금 전입액을 크게 늘린 이유는 경기 둔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3조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상·매각을 진행했지만, 부실채권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면서 작년 말 3조9486억원이었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6월 말 4조9014억원으로 약 1조원가량 급증했다. 이에 은행의 손실흡수 여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적립률도 같은 기간 204.2%에서 164.9%로 크게 하락했다.

다만 각 금융사는 하반기부터 건전성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나상록 KB금융그룹 상무는 "상반기 중 진행했던 건전성 관리 조치들과 부실자산 매각에 따른 충당금 환입으로 하반기 충당금 전입 규모는 상반기보다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동권 신한금융그룹 부사장도 "금리 인하와 배드뱅크 등 정부 정책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건전성의 피크 아웃(하락 전환)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정부의 대출 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건전성 부담이 크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재신 하나금융그룹 상무는 "하반기에도 연체율 추세는 꺾이지 않고 어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충당금 전입액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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