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토요일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박물관 주변도로가 정체되어 "무슨 일인가?" 의아했는데 딸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이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 '굿즈(Goods)'를 사러 온 거라고 말하며, 자신도 굿즈를 사고 싶어 박물관에 가자고 한 것이라 했다. 오래 대기한 끝에 겨우 주차를 하고 전시관으로 올라갔는데, 두 번째로 깜짝 놀랐다. '인파'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기념품을 사려고 뮤지엄숍을 방문해서 줄을 서서 물건을 고르는 무수한 내·외국인이 인산인해였기 때문이다. 감동이 밀려왔다.
예전에 다녔던 직장이 유명해지면 덩달아 기분이 우쭐해지기 마련이다.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에게 그렇다. 필자의 전 직장인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숍'이 소위 대박이 났다고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 2005년 당시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오죽하면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평일이나 수요일 야간개관을 이용해 달라"는 당부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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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연간 관람객수가 418만명으로 세계 박물관·미술관 중 6위를 기록했는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어간 박물관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2025년 7월 말까지 누적관람객수가 34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7월 한 달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약 70만명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의 폭발적 증가 요인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인 흥행과 BTS 멤버의 기획전시실 방문 등을 꼽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몇 년 전부터 선보인 혁신적이고 신선한 전시방법과 디지털 실감 콘텐츠 등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신시켰
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뮤지엄숍'도 관람객의 발길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숍이 처음부터 잘됐던 것은 아니었다. 개관 초기만 해도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메이드 인 차이나'가 새겨진 굿즈로 조롱을 당했고, 관람객이 '살 만한 것이 없다'는 빈축을 샀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사동의 기념품에 비해 고가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매하고, 현장 물량이 동이 나서 온라인 예약으로 대기를 해야 겨우 구할 수 있는 인기 굿즈가 됐다. 뮤지엄숍 대박행진의 숨은 주역으로 '국립박물관문화재
단'의 직원들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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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인기콘텐츠가 있지만, 그냥 우연히 인기를 얻은 것은 없다. 넷플릭스 '케데헌'에 나오는 호랑이와 까치의 인기로 뮤지엄숍 '까치호랑이 배지'가 품절됐다고 말하지만, 이는 평소에 철저히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말이다. '까치호랑이 배지'는 '케데헌'의 흥행을 예상하고 만든 게 아니라, 작년에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굿즈 공모사업에서 선정되어 이미 만들어져 판매되던 것이다. '갓 키링'도 마찬가지다. 항상 준비하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왔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출범을 앞두고 '시기상조', '예산낭비'라는 말이 많았는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뮤지엄숍'의 대기행렬이 전국의 박물관으로 퍼져나가기를 기원한다.
/문화실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