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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는 2021년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당시 5500억원 이상을 출자한 전략적 투자자다. 계약 당시 우선매수권과 사전동의권을 확보하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실제 F&F는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매수주관사로 선임하고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나섰다. 이미 이사진 일부가 사임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인수 준비가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센트로이드는 F&F의 사전동의 없이 테일러메이드 매각 절차를 추진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사모펀드는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다.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있고 최근 시장 가치가 높은 상황이라면 매각 타이밍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F&F는 골프용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침체된 국내외 패션 업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F&F는 'MLB' '디스커버리' 라이선스 브랜드를 론칭해 키워낸 바 있다.
문제는 '우선매수권'이다. 테일러메이드 매각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F&F는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 권리를 갖는다. 현재 예비입찰이 임박한 가운데 F&F는 몸값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매자 숫자가 제한되거나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F&F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경쟁이 과열되면 인수 부담은 급증할 수 있다.
단순히 누가 더 많은 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이번 인수의 본질적 질문이어야 한다. 단기 재무성과 중심의 매각은 테일러메이드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일관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영 주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는 건 아니지만 방향성이 바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패션업계에선 이번 인수 시도가 미스토홀딩스(구 휠라홀딩스)의 타이틀리스트 인수 사례와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에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품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번 테일러메이드 역시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궤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당장 누구의 손이 빠르냐에 주목하고 있지만 브랜드는 시간을 두고 축적되는 자산이다. 테일러메이드라는 이름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누가 더 빨리'가 아니라 '누가 더 멀리' 보는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