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국경에 테러 국가 세워지면 英에도 위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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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총리는 이날 긴급 각료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은 참혹한 아사와 굶주림 속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이 전해지며 여론과 여당 내부에서 대응을 촉구하는 압력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결정을 유럽의 평화 구상과 맞물린 조치라며, 하마스에 대해 인질 전원 석방과 휴전 수용, 가자지구 통치 포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사실상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가자 전쟁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인식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9월 유엔 총회에서 엄숙하게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휴전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해 서안 지구 병합 포기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평화 협상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팔레스타인 국가가 "이스라엘 파괴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국의 결정을 "하마스의 테러를 보상하고 피해자들을 벌주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경에 테러 국가가 세워지면 곧 영국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발표는 지난 3월 이스라엘이 휴전을 깨고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재개한 이후 악화한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영국은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와 중동에서의 역사적 역할로 인해 상징성이 크다.
스타머 총리는 당초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상징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식량 반입 제한으로 기아가 심화하면서, 지난 25일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 135명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전 협상가는 "이번 조치는 결국 정치적 상징에 가깝다"며 "영국의 영향력만 줄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은 가자지구에 공중 구호품을 투하하고 부상 어린이들을 자국 병원으로 이송했다. 또 유엔의 구호 활동 재개도 지원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기아로 쓰러지는 아기와 힘없이 누워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