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맞불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을 계기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전격 중단했을 때처럼 '희토류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희토류 국제가격이 급등하면 우리나라 전기차·디스플레이·방산·스마트폰 업체 등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에서 전량 정제되는 중희토류 금속 6종, 중국에서 90%를 생산하는 희토류 영구자석의 대미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희토류 수출중단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제한하는 무역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생존의 문제다. 중희토류 금속은 전기자동차,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의 핵심부품인 전기 모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또 제트엔진, 레이저, 헤드라이트는 물론 인공지능(AI) 서버, 스마트폰 전원 공급장치 등의 필수소재다.
중국이 글로벌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희토류를 수출 중단할 경우 미국 산업계는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내 희토류 광산은 단 한 곳뿐이다. 미국 희토류 수입의 75%가 중국산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토류 전력비축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전쟁이 아니라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가 당장 수출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수출금지가 아니라 수출허가 절차가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 수출통제 품목인 흑연, 갈륨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 국내 수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전쟁에 대비해 한·중·일 외교통상장관 회담에서 동아시아 국가간 협력을 강조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당장 우리나라까지 무역 갈등을 확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지만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산업·운수업계를 강타한 '요소수 대란' 때처럼 중국발 수출중단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정부가 희토류 비축목표를 6개월분에서 18개월분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하는데 당장 서두르길 바란다. 중국정부가 지난 2022년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인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등 희토류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자 1년 새 가격이 4배나 폭등한 경험이 있다. 14일 국내 증시에선 희토류 대체소재나 비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기업들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중국발 원자재 값 급등에 대비하면서 대체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