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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칼럼] 법적 상식에 벗어난 헌법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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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9. 18:02

김상겸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을 파면하였다. 헌법 제65조 제4항은 탄핵결정이 나면 대상자가 공직에서 파면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하여도 헌법에 따라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를 밟아 헌재가 결정한 것을 왈가왈부할 수 없다.

이번 탄핵결정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세 번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그 직을 잃었다. 첫 번째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였지만 대통령직에 비하여 중대한 법위반이 아니라고 보아 기각하였다. 두 번째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준수의지가 없다고 인용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오판한 중대한 헌법위반이 있었다고 인용하였다.

우리나라 헌정사를 보면 헌재가 설립된 후 수십 차례 탄핵심판이 청구되었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만 두 차례 인용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로 직접 선출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국민의 대표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과 지위를 갖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는 국회의원과 비교할 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할 정도의 위헌·위법 문제를 다루어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엄밀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탄핵심판 역시 지난 두 번의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상당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의 일종이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국가대표기관에 대한 심판이란 점에서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그 이유를 구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탄핵심판도 재판이라는 점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철저한 증거조사와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증인심문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탄핵심판에서 실체적·절차적으로 위헌이나 위법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관이 명백한 위법을 하였다. 이는 탄핵심판의 절자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법의 목표가 정의의 실현이라고 할 때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대하여 명확한 논거를 제시했는지 의문이다. 헌법 제77조 제1항이 말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에 달려있으며 헌재가 판단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헌재는 비상계엄을 이용하여 대통령이 다른 국가권력을 장악하려고 했는지 또는 국민의 기본권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 침해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

헌법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문화하고 있는 계엄선포권의 요건을 헌재가 심판한다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헌재에 그 가부를 물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헌재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심판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맞다고 본다. 즉 국가기관에 주어진 헌법상 권한에 대한 사법심사는 그 권한 행사로 인하여 다른 국가권력에 대한 침해로 발생한 헌법적 혼란과 실질적인 국민의 기본권 침해이다.

헌재는 사법부와 별도로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며 헌법기관이다. 헌재가 재판에서 기본으로 하는 법이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이다. 헌법재판은 민·형사재판처럼 법률의 해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사법재판이 아니다. 헌법은 국가를 전제로 하는 규범이기 때문에 국가철학이 내재된 국가의 기본법이다. 헌법에 대한 해석은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국익을 우선하여 판단해야 한다.

과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미국의 핵탄두 배치와 관련하여 환경단체가 청구한 헌법소원에서 동서가 핵무기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할 수 없지만, 전술핵무기의 배치는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허용되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은 법률과 달리 나무뿐만 아니라 숲을 보면서 해석해야 하는 국가의 최고규범이다.

헌재는 헌법해석에도 치밀하지 못하였고 실체적 진실 발견에서 절차적으로 무기대등의 원칙 또는 무기평등의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헌재는 탄핵심판에서 청구인이 제시한 청구이유에 대하여 반박하는 피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였다. 이 문제는 탄핵결정문에도 나타나고 있다. 헌법재판에서도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주장이 상반되면 철저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이를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을 찾아야 할 의무가 헌재에 있다.

헌법은 추상적인 규범이라는 점에서 해석이 필요하지만, 주어진 규정의 내용을 넘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헌법의 내용을 창설해서도 안 되고 헌법 규정 자체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도 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 및 헌법적 양심으로 재판해야 하는 국가기관이다. 법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탄핵심판은 헌재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보는 재판이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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