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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합시다” 美에 대표단 파견·협상 나서는 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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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4. 08. 16:49

TOPSHOT-US-ISRAEL-POLITICS-DIPLOMACY-T... <YONHAP NO-4914>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휘청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이 높은 관세를 부과 받았다. 캄보디아가 49%의 관세를 부과받았고 라오스(47%)·베트남(46%)·태국(36%)·인도네시아(32%)·말레이시아(24%)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8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매체들을 종합하면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은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남아 국가들에게 매긴 상호관세는 공격적인 수준의 초고율관세였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보복'보다는 '협상'을 택하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일 베트남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1~3개월간의 관세 유예를 요청했다. 아울러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자국 관세를 "0%로 낮출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국 역시 베트남산 제품에 동일한 관세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6일에는 부이 타인 썬 부총리가 마크 내퍼 주베트남 미국 대사를 만나 상호관세 시행 유예를 재차 요청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호 득 퍽 부총리도 상호관세 시행 3개월 유예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태국 역시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피차이 춘하와치라 태국 재무부 장관이 이번주 정부·민간 부문·이해관계자들과 미국을 찾아 무역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패통탄 총리는 "우리는 미국 정부에 태국이 단지 수출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자 경제파트너라는 점을 전달할 것"이라 강조했다. 태국은 미국에 별도의 관세 인하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와 태국을 통한 우회무역 억제와 수입 장벽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역시 관세 완화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 밝혔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미국에 좋은 관계·공정한 관계·대등한 관계를 원한다고 밝힐 것"이라 말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미국 상품의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높은 49%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은 캄보디아는 관세 시행 유예와 협상을 요청했다.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서한을 통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협상하길 원한다"며 "관세 상한인 35%가 적용되던 미국산 수입품 1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5%로 즉시 인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을 호소하면서도 온건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7일 "6억4000만 인구와 세계 최고 수준 경제력을 가진 아세안이 굳건히 함께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롭고 비차별적이며 예측 가능하고 개방적인 무역 원칙'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한편 중동·아프리카·남미 등 대체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와 반도체·항공우주 산업 보호를 위한 부문별 예외 조항 협상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세안 경제장관들은 오는 10일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할 예정이다.

동남아 정부들이 협상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측근들의 발언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지난 7일 베트남의 '0% 관세' 제안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이 중국산 제품의 환적지 역할을 한다며 "사실상 공산 중국의 식민지"라고도 말했는데,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상호관세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끼얹는 찬물이란 반응이다.

에이브러햄 뉴먼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즈(FT)에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주의적 규칙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론 권력·위계·지배의 자의적인 사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로 전환하려하고 있다"며 "이것을 다양한 경제 부문, 관세, 통화 등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있는 그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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