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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결국 은행이 뒷감당…안일한 금융정책, 신중함 더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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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3. 25. 18:30

2025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 브리핑<YONHAP NO-3163>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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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중은행들이 다시 가계대출 문턱을 높였다. 토지거래허가 지역의 해제·재지정 여파로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조치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있다. 지난 17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사실상 은행들이 알아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어보라는 의미인 셈이다.

한 달 전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당시 당국은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충분히 대출 총량을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뛰더라도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해 증가폭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줄줄이 대출금리를 내렸고, 당국 전망과 달리 토허제 해제와 부동산 과열 등이 맞물리면서 2월 가계대출은 5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대출 규제 조치를 해달라"며 또다시 은행을 졸랐다.

금융정책에 있어 당국의 갈지자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수조원씩 폭증한 배경에도 당국의 잘못된 메시지가 있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자 은행권은 7~8월동안 스무 차례 넘게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원장은 뒤늦게 "가계부채 관리가 늦어지더라도 소비자들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 원장의 발언에 은행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물론 대출금리를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것이 은행들에 주어진 본연의 임무다. 다만 은행 대출 전략에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줘야 할 금융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탄핵정국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당국의 정책 실패를 은행에 전가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은행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땜질 처방식' 정책으로 가계대출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면 당국이 목표했던 정책적 효과를 달성하기도 어려워질뿐더러, 정책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는 금융당국이다. 은행들이 멋대로 대출 금리를 올리지 않도록, 가계대출이 폭증하지 않도록 세밀하고 신중한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책임의식을 갖고 실질적인 결과로 보여줘야 국민들도 정부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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