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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흑돼지·장어·미꾸라지, 별미 가득한 맛의 도시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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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5. 03. 18. 13:10

섬진강·지리산 좋은 식재료, 예부터 음식 발달
더덕장어, 흑돼지 샤퀴테리, 다슬기전 이색 조합
광한루원, 서도역, 김병종미술관서 멋진 사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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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광한루원. / 이장원 기자
전북 남원이 미식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남원 하면 보통 추어탕을 떠올리지만 사실 남원에 가면 미꾸라지 말고도 먹을 게 많다. 흑돼지, 파프리카, 나물에 장어까지. 모두 남원이 자랑하는 식재료라고 하니 먹거리가 꽤나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남원은 예로부터 행정·교통 중심지였기 때문에 좋은 식재료에 반가의 조리법이 더해져 음식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 고속열차가 있어 2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여행지이기도 하다. 맛의 도시 남원에 가보자.

◇ 더덕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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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청룡집 더덕장어구이. / 이장원 기자
남원 식정동에는 더덕장어구이 거리가 있다. 남원에서 웬 더덕에 장어인가 하지만 남원은 섬진강, 지리산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더덕장어구이는 이런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음식이라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거리에는 수십 년은 돼 보이는 노포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의 장어 요리는 고추장 소스에 장어를 볶듯이 구워내고 그 위에 더덕을 한가득 썰어 덮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만 양념 장어 맛인데 더덕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맛도 챙기고 건강도 챙기는 보양식이다. 거리에 있는 더덕장어구이 맛집들은 추구하는 맛이 조금씩 다르다. 청룡집은 부드러운 양념맛, 해용집은 맵고 칼칼한 맛이다.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것도 재미이다. 집집마다 메기와 빠가사리 등을 넣고 끓인 매운탕도 있다. 요천(寥川) 강가에 오니 매운탕이 떠오른다면 선택해도 좋다.

◇ 흑돼지구이·샤퀴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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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소문난 오돌뼈 양념오돌갈비. / 이장원 기자
남원은 제주도에 버금갈 만큼 흑돼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 흑돼지는 맛있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기가 좋으니 그저 구워 먹기만 하면 된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남원에서 요천을 건너면 나오는 쌍교동 맛집 거리에 가면 흑돼지 식당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소문난 오돌뼈'에 있는 양념오돌갈비는 별미로 꼽힌다. 오돌뼈가 있는 부위를 다진 고기인데 무엇보다 씹는 맛이 특별하다. 통삼겹살을 포함해 덜미살, 뼈사이살, 꽃살 등 부위 별로 맛을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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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더찹샷 샤퀴테리. / 이장원 기자
남원에서 흑돼지를 먹는 방법에는 샤퀴테리(햄, 소시지, 하몽 등 육가공품을 뜻하는 프랑스어)도 있다. 웬 샤퀴테리인가 하지만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 마을에 가면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흑돼지 전문 샤퀴테리아 '더찹샵'이 있다. 설립자 박화춘 농학박사는 약 20년 전 고향 남원으로 귀향한 이래 줄곧 흑돼지 버크셔-K를 개량·육성했다고 한다. 현재 더찹샵과 농장은 아들 자연, 정원 형제가 2대째 운영 중이다. 더찹샵에서는 제조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넓적다리 하몽을 비롯해 생햄 잠봉, 살라미, 초리조, 소시송 등이 있다. 이곳의 샤퀴테리는 국내에서 이런 맛이 난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가가 좋다.

◇ 추어탕·다슬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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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황토식당 추어탕. / 이장원 기자
남원에 왔는데 추어탕을 먹지 않고 갈 수는 없다. 미꾸라지를 갈아 된장을 풀고 들깨가루를 넣은 육수에 아삭한 시래기를 듬뿍 넣고 팔팔 끓여내는 것이 남원식 추어탕이다. 남원은 지리산 맑은 물에 계단식 논이 있어 미꾸라지로 향토요리를 만들기에 최적이라고 한다. 요천 변에는 커다란 미꾸라지 캐릭터를 세워놓은 추어탕 거리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여러 추어탕 맛집 중 황토식당은 남원시민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추어탕 국물이 걸쭉한 진국인데 시래기가 들어가서 뻑뻑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국물이 모자라면 더 준다고 하니 인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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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맑은뜰 다슬기맑은탕. / 지엔씨이십일 제공
아침에 해장이 필요하다면 남원식 다슬기탕이 제격이다. 통통한 국내산 다슬기를 맑게 끓여내는 것이 남원식이다. 다슬기는 간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깨끗한 맛이 더해져 정신까지 맑게 하는 느낌이다. 남원시내 금동에 위치한 '맑은뜰'에 가면 다슬기탕과 함께 여러 가지 다슬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무를 넣고 끓인 맑은 탕이나 된장을 푼 육수에 아욱을 넣고 구수한 맛을 더한 해장국으로 속을 풀어본다. 다슬기를 넣어 만든 전, 장조림, 닭백숙, 오리전골 등 별미도 있어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 광한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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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광한루원. / 이장원 기자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해도 도시 구경을 빠뜨릴 수는 없다. 춘향전의 도시에 왔으니 광한루원에는 한번 가봐야 한다.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났다는 광한루가 있는 정원이 광한루원이다. 정원 가운데 놓인 오작교 밑을 지나는 물에서 원앙들이 노는 것을 보면 춘향과 이몽룡이 만나던 당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듯 하다. 정원에는 완월정, 영주각, 춘향관, 춘향사당, 월매집도 있어 춘향전 속으로 잠시 여행을 떠난다. 1419년 지어진 광한루는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탄 뒤 1626년 복원됐지만 오작교는 처음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해마다 음력 5월 5일 단오에는 춘향제가 열린다. 올해 제95회 춘향제는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광한루원 및 요천변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 구(舊)서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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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구서도역. / 이장원 기자
구서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폐역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철도 관련 근대문화유산이다. 이곳은 2002년 전라선 기차역이 옮겨 가면서 영상촬영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최명희 소설 '혼불'의 배경이자 2018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서도역에서 각종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봄꽃 여행지로도 좋다.

◇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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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 지엔씨이십일 제공
2018년 3월 개관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미술관이다. 미술작품뿐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으로 지역 출신 작가들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지역 미술을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김병종 작가가 본인의 대표작을 남원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콜렉션의 기반을 갖췄다.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각종 문학 관련 자료들도 많아 미술과 문학이 공존한다. 약 2000권의 미술·문학·인문학 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도 독특하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김병종 작가의 초기작 '바보 예수'와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 등 다수의 작품을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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