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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채용 감찰조직도 없이… ‘부실 셀프감사’로 禍키운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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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기자

승인 : 2025. 03. 05. 18:01

외부견제 없어 '내부감사' 운영
사실상 기능 마비로 비리 만연
3년 주기 정기감사 여부도 의문
여야 제도 개선 필요성 한목소리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songuijoo@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년가량 880여 건에 달하는 부정 채용을 저질렀으나 이를 감찰할 내부 감사 조직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 부서가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셀프감사' 구조로 운영돼 오면서 부정 채용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 특별감찰관 도입 등 외부 감사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2023년 11월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기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감사관의 감사 범위에 '인사'와 '보안'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월에서야 감사관이 채용 등 인사 문제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전까지는 내부 감사관이 채용 문제를 직접적으로 감찰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중앙선관위 및 전국 시도 선관위가 진행한 291차례의 경력 채용 과정에서 878건의 규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연평균 88건에 달하는 수치로, 오랜 기간 부정 채용이 반복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2020년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이 선관위에 채용되면서 '아빠찬스'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시에도 내부 감사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내부 감사 시스템은 별다른 개선 없이 유지됐다. 결국 한참 지난 2023년 11월에서야 감사관의 감사 범위를 수정하는 등 규칙 개정을 손보며 내부 시스템 정비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내부 감사관이 채용 문제를 직접 감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그동안 인사 부서가 '셀프 감사'를 벌여온 데 대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외부 견제를 받지 않는 독립 기관임에도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채용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선관위 측은 "인사 부서를 포함해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정기 감사를 3년에 한 번씩 진행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감사 기능을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자체 감사 결과'에 따르면, 휴직 목적 외 육아휴직 사용 등 25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됐으나, 부정 채용 적발 사례는 없었다. 자체 감사로는 규정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됐으나, 부정 채용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날을 세우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주 중으로 '선관위 특별감사관법'을 당론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종양 의원은 "자체 감사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특별감찰관 도입과 국회의 실효성 있는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관위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선관위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선거사무관리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논의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는 결국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전날 "우리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회 차원의 통제 장치 마련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유제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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