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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설전으로 성과없이 끝나...우크라 종전 협상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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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3. 01. 08:10

트럼프, 우크라 종전 구상 수용 않는 젤렌스키에 "무례하다"고 면박
젤렌스키 "협정 파기 푸틴 불신, 안전보장 필요
트럼프, 젤렌스키 목소리 흉내도
NYT "외국 정상에 악의적 분노 표출 미 대통령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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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거친 설전으로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한치의 앞도 볼 수 없는 불안정한 상항이 됐다.

두 정상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한 이견을 드러내면서 충돌했고, 이 때문에 예정됐던 오찬을 겸한 비공개 회담, 우크라이나 광물 공동 개발 협정 서명 ,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오찬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담은 카트들이 백악관 복도에 있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측에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 서관(집무동)을 나와 검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무례하다", "고마워할 줄 모른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면서 거칠게 면박했으며, 여기에 J.D. 밴스 미국 부통령까지 가세했다.

USA UKRAINE DIPLOMAC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EPA·연합뉴스
◇ 트럼프,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 수용 않는 젤렌스키에 "무례하다"고 면박
젤렌스키 "협정 파기 푸틴 신뢰 못해...안전보장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감정이 격해져 언성을 높이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압박에 굴하지 않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며 러시아와 휴전하려면 재차 침공을 막을 확실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공개적인 대결은 미국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미국의 소중한 오벌 오피스에서 미국을 무시했다"며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적었다.

백악관을 떠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에 감사하고, 여러분의 지원에 감사하며 이번 방문에 감사한다. 미국 대통령·의회·국민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필요하며 우리는 바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썼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인과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키려고 지지에 감사를 표시했다고 평가했다.

50여 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전반 30분은 의례적인 인사로 채워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푸틴이 평화 협정을 고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하는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여러 차례 협정을 체결했지만, 러시아 정권이 이를 파기했다고 밴스 부통령에게 "J.D.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푸틴이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병합한 이후 체결된 민스크 평화 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발끈한 밴스 부통령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걸 따지는 게 무례하다"면서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밴스 부통령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상황을 직접 봐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 그런 방문은 '선전용 관광(propaganda tour)'이라고 거부했다.

Trump Zelensky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 트럼프 "젤렌스키, 제3차 세계대전 도박"...젤렌스키 목소리 흉내도
젤렌스키 "대서양 사이 둔 미, 미래에 위협 느낄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며 평소 미국과 유럽 사이에 대서양이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말라. 당신은 그런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인 후 "당신은 병사가 부족하다",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손에 쥔) 카트가 없다"고 면박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응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갖고 도박하고 있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도박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짓은 이 나라에 매우 무례하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 수주 만에 전쟁에서 패배했을 것"이라며 "감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만에 끝났을 것이다. 난 푸틴한테 3일이라고 들었다"고 되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난 휴전을 원치 않는다. 난 휴전을 원치 않는다"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마르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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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USA ZELENSKY TRUM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후 떠나고 있다./EPA·연합뉴스
◇ 트럼프 측근 그레이엄 상원의원 "젤렌스키, 사임하거나, 변해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오벌 오피스에서 점심을 먹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화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회담 전에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이 그를 도발해도 미끼를 물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그는 사임하고,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든지, 아니면 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회담은 우크라이나와 그의 가장 중요한 후원국인 미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던 푸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폭언은 독립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소멸시키려는 강대국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국가 정상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분노 및 분개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카메라 앞에서 미국의 적국은 물론 잠재적 동맹국의 외국 정상에게 이렇게 악의가 넘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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