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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헌법재판소의 책무가 무겁지만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오히려 땅에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헌재의 권위를 인정하고 신뢰할 때 헌재의 판결에 국민들이 승복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 눈에 비치는 헌법재판소는 준법질서를 지키면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공정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곳이 아니라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을 임명해준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곳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 인식이 확산된 이유는 수사 중인 기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을 스스로 어겨가면서 '계엄=내란'이라는 내란몰이가 한창일 때 작성된 수사기록을 증거로 삼는다든지, 보통 재판이라면 당연히 회피당했을 헌법재판관들에 대해 헌재가 셀프 면죄부를 주는 것 등 수없이 많은 헌재의 '초법적' 조치들이 모두 국민의 눈에는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헌재가 무리하게 탄핵 인용 결론을 내리면, 제2의 4·19가 벌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이렇게 자문해 보길 바란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내가 지키고자 하는 '헌정질서'가 무엇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지키려는 헌정질서가 다수의 폭정'인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인가?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나를 임명해 준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면 그만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막가파식 '다수의 폭정'을 비상계엄 발동을 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 현재까지 29차례에 이르는 '묻지마' 줄탄핵, 입법 폭주, 도돌이표 특검법안의 제출, 전례 없는 예산 폭거가 바로 그런 '다수의 폭정' 실례들이다.
거대야당은 202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했다. 물론 자신들의 활동비인 국회 특수활동비를 전혀 깎지 않았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됐다가 최근 직무로 돌아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거대야당의 줄탄핵은 탄핵할 만한 중대사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야당이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비상조치를 결심했다고 알려졌는데 최근 더 자세한 내용이 보도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고위직 인사들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 교체와 관련한 2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군사작전을 시민단체와 중국 측에 유출한 정황을 감사원이 포착해 지난해 10월 말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지난해 11월 중순 나왔는데 지난 13일 보도에 따르면, 거대야당의 감사원장 탄핵은 바로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에 대한 수사의뢰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겠지만, '간첩행위'로 볼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한 정상적인 감사원의 업무를 탄핵을 통해 막은 셈이 아닌가.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다수의 폭정'을 제어하는 헌법기관이다. 만약 국회가 합리적 논의를 배제한 채 '다수의 폭정'을 동원해서 '카톡 계엄법' 같은 위헌적인 법률을 만들었고 누군가 이 법률을 헌법재판소에 위헌이라면서 소를 제기했다고 해보자. 이럴 때 헌법재판소의 헌법을 수호하는 기능이 빛을 발하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카톡 계엄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나 사생활의 보호와 같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또는 문재인 정부의 의혹을 덮기 위해 거대야당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폭주를 다 보여주었다. 이런 폭주에 대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소추단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에 의해 다수당에게 주어진 권리라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다수의 폭정에 대항하라고 헌법이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리를 주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묻는다. '다수의 폭정'은 정치학자들이 '타락한 민주주의'의 전형으로 꾸준히 지적해 왔는데 "우리나라 헌법이 지키라는 헌정질서가 '다수의 폭정'인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인가? 헌법재판관으로서 내가 지키려고 하는 헌정질서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 우리나라 헌정사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헌법재판관 각자가 명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