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사, 휴직 못해 전역 선택…"군인도 질병휴직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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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캐나다 인빅터스 게임'(제7회 세계상이군인체육대회)에 대한민국 현역 군인으로는 처음 참가한 육군 17사단 박우근 상사의 대회 참가 소감이다.
한국 대표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현역 군 복무 중인 박 상사와 육군 12사단 권영수 상사를 선수단에 포함시켰다. 앞선 네덜란드·독일 대회엔 전역한 상이군인으로만 선수단을 구성했었다. 스포츠를 통한 전 상이군인의 재활과 화합을 목표로 한 인빅터스 게임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게 선수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내조정, 좌식배구, 스켈레톤 등 3개 종목에 출전한 박 상사는 "저도 그들과 똑같이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군을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아내와 두 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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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공군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2011년 육군에 재입대한 박 상사는 2021년 한강하구에서 강안경계작전 중 북한군 지뢰를 밟아 다리를 심하게 다친 뒤 1년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전상(戰傷) 인정을 받고 부대로 복귀했지만, 몸 상태는 예전 같지 않았고 다음의 상처도 깊었다고 한다.
어렵게 군 복무를 이어가던 그는 요양하고 싶었지만, 군인은 공무원과 달리 '질병휴직'을 신청할 수도 없어 결국 전역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그는 올해 5월부터 전직지원반에 들어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박 상사와 함께 현역 군인 최초로 인빅터스 대회에 참가한 육군 12사단 소속 권 상사는 2015년 임무 중 큰 교통사고로 경추와 요추 등을 심하게 다쳤다.
권 상사도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군 생활이 힘들어 요양을 위해 휴직하고 싶었지만 역시 질병휴직 제도가 없어 포기해야 했다.
올해로 입대 30년이 된 그는 "공무원은 질병휴직이 가능한데 군인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질병휴직 제도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병휴직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군인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2018년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임무 중 다쳐 장기간 치료가 군인이 최대 3년간 휴직할 수 있도록 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21대 국회 회기 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권 상사는 이번 캐나다 인빅터스 게임에서 수영, 실내조정, 휠체어컬링 등 3개 종목에 출전했다. 지난 7일 휠체어컬링 경기에선 이환경·김영민·김관수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합숙 훈련을 하면서부터 자기 삶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권 상사는 "목표가 생기고 동기부여가 되니 삶이 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 군인으로서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신 국방부와 보훈부, 상이군경회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