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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무난한 판정…‘더럽다’에 찜찜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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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5. 02. 11. 14:26

이장원
이장원 문화부 기자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주요 종목 중 하나인 쇼트트랙 경기가 한국의 무더기 금메달 획득 속에 마무리됐다. 한국 쇼트트랙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두며 세계 최강임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당초 개최국 중국의 심한 견제가 예상됐지만 경기 운영과 판정에서 '텃세'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 많진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일례로 지난 9일 여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나온 중국과 카자흐스탄 선수 간 충돌에서는 중국 선수에게 페널티가 주어졌다. 중국의 양징루가 인코스를 파고들다가 카자흐스탄의 예르멕 말리카가 충돌했고 심판진은 양징루의 반칙으로 판단해 양징루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규정에 의한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거 쇼트트랙 경기가 숱한 판정 논란을 낳았던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진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에게 가차없이 페널티가 주어진 장면도 있었다. 린샤오쥔은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인코스를 무리하게 파고들면서 한국의 박지원, 일본의 마쓰즈 슈타에게 반칙을 한 것이 인정돼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회 쇼트트랙 경기 판정은 홈팀 중국에게 특별히 유리한 것도, 최대 경쟁자인 한국에게 특별히 불리한 것도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희비교차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박지원이 아쉬워하고 있다. 오른쪽은 중국의 쑨룽. / 연합뉴스
하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쇼트트랙 경기는 한 중국 선수가 내뱉은 발언으로 감정전으로 번지고 말았다. 중국 남자 대표 쑨룽은 남자 5000m 계주 결승 뒤 자국 여자 선수들의 인터뷰 현장을 지나며 "더럽다, 그냥 더럽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쑨룽은 다른 경로를 통해 1000m 결승에서 박지원과 충돌해 넘어진 것이 공동 책임으로 판정된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쑨룽의 반응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중국 선수 우다징이 판정과 관련해 "한국이 이럴 줄 몰랐다"고 말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우다징은 개최국의 이점을 비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개최국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쑨룽이 말한 '더럽다'의 대상은 자국이 아닌 한국 대표팀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자국 선수가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예상 외로 공정했던 이번 대회에 대한 평가가 퇴색될 수밖에 없게 된 점에서 발언의 경솔함이 느껴진다.

'더럽다'라는 자못 과한 발언은 근본적으론 자국 개최 대회에서 나온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 때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은 쇼트트랙 첫 메달이 걸렸던 혼성 계주에서 막판에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놓쳤고, 개인전 내내 한국에게 밀렸다. 또 쑨룽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판정의 불완전함은 쇼트트랙의 숙명이기도 하다. 자리 싸움은 쇼트트랙만의 재미이며 충돌로 인한 변수는 쇼트트랙만의 의외성이다. 페널티를 받아 남자 계주 메달을 놓친 한국 대표팀의 박지원은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팬들이 더 재밌게 보시지 않겠나"라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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