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게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동남아시아의 주요 콘텐츠 거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 게임들이 작품성과 현지 팬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K-게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말레이시아 게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게임시장 규모는 5억 6900만 달러(약 8307억 원)에 달한다.
특히 콘솔 게임 분야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1억 달러(약 1460억 원)로 집계됐으며, 실물 게임 패키지 유통 시장이 발달해 현지 게임 문화를 대표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정적인 말레이시아 콘솔 게임시장 분위기를 보다 생생히 느끼고자,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주요 게임 매장을 방문했다.
◆ 각양각색 매력 지닌 쿠알라룸푸르의 주요 게임 매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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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방문했던 게이머즈 하이드아웃.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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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찾은 곳은 '게이머즈 하이드아웃(Gamers Hideout)'으로,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게임 매장이다. 콘솔 기기, 게이밍 장비, 다양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한편 온라인 유통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게이머즈 하이드아웃은 현지 게임 커뮤니티와 협력해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열고, 신규 게임 출시 때마다 프로모션과 이벤트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장에는 '아스트로봇', '2K 시리즈', '콜 오브 듀티', 'FC 25' 등 다양한 콘솔 게임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닌텐도 타이틀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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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터 다이렉트.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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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방문한 '게임스터 다이렉트(GAMESTER DIRECT)'는 소규모 매장이지만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희귀 게임 타이틀과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현지 게이머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어서다.
매장에 들어서면 게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피규어,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카드 팩, 그리고 게임 관련 굿즈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굿즈와 소품들은 게임 애호가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카드 게임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한 게임 판매점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팬덤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매장의 전략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 4500km 떨어진 곳에서 돋보인 K-게임의 저력...스텔라 블레이드·P의 거짓, 맹렬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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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한 P의 거짓과 스텔라 블레이드, 이브는 어지러울까봐 세워드렸습니다. /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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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매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타이틀은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이었다.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이 게임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는데, 게이머즈 하이드아웃의 점원은 "출시 이틀 만에 모든 물량이 소진되었고, 추가 물량도 입고 즉시 판매된다"고 부연했다. '오공'의 인기는 말레이시아 화교 인구와 문화적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오공'이 현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K-게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두 게임은 게임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게이머즈 하이드아웃에서는 두 타이틀 모두 매진된 상태였고, 게임스터 다이렉트에서 각각 한 개씩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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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터 다이렉트 매장 입구에서부터 스텔라 블레이드의 광고를 만날 수 있다.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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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텔라 블레이드'는 PS5 대표 타이틀로 매장 입구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되고 있었다.
출시 당시 전 세계 60개국 PS 스토어에서 사전 구매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스텔라 블레이드'가 몰입감 있는 전투 시스템과 독보적인 그래픽으로 아시아에서도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 증명된 것.
게임스터 다이렉트 점원은 "'스텔라 블레이드'는 출시 직후 빠르게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매장마다 '라이즈 오브 피' 또는 '라이즈 오브 파이' 등 발음 방식이 달라 혼란을 주었던 'P의 거짓' 역시 2023년 9월 출시 이후에도 꾸준한 수요를 기록하며, 뚜렷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IP로 자리 잡은 'P의 거짓'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P의 거짓'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며, 이 중 아시아 비중이 약 20%에 달한다"며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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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국 게임을 묻자 점원들은 난감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과 45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에서 K-게임을 만나니 반가웠으나, 두 작품 외에 한국 게임을 쉽게 발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대작 콘솔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더 많은 한국 게임이 선전하며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K-게임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