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정조대왕함을 붙잡고 통곡한 이유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4.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0201000059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2. 02. 18:00

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정훈TV 대표
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정훈TV 대표

지난 11월 27일 HD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기 이지스' 정조대왕함 인도식에 간 이들 중에 눈물을 흘린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잡는 SM-3를 탑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1월 21일 러시아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를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것은 세계 안보질서를 바꿀 사건이다. 2019년 2월 파기됐지만 미·러가 지켜왔던 INF(Intermediate Range Nulcear Forces, 중거리 핵전력) 조약이 무너졌다는 것을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1987년 맺은 INF 조약으로 미·소는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붙이는 핵탄두와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핵폭탄만 갖기로 했다. INF 조약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중거리 순항미사일(IRCM)도 없애라고 했다. 탄도미사일은 전부 지상에서 발사하니 미·소는 모든 IRBM을 없앴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함정(잠수함 포함)이나 항공기에서도 쏠 수 있으니, 재래식 탄두를 단 IRCM은 발전시켰다. 미국이 발전시킨 중거리 함대지(잠대지 포함) 순항미사일은 토마호크,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SLAM-ER과 JASSM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INF 조약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조약을 지켜 핵탄두를 단 IRBM과 IRCM은 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만·인도·러시아·베트남·일본·한국 등 주변에 가상적을 두고 있는 중국은 핵탄두를 단 IRBM인 동풍-26과 IRCM인 동풍-17 개발에 열을 올렸다. 뒤늦게 핵 개발을 한 북한도 ICBM인 화성포 16~19형과 IRBM인 화성포-9~12형을 만들어냈다.


러시아도 중국·NATO·일본·한국 등 가상적이 즐비하다. 이런 나라를 공격하려면 IRBM이 필요한데 INF 조약 때문에 개발할 수 없었다. 냉전 시기 소련이 개발한 작은 지대지탄도미사일 '루베즈(RS-26)'는 사거리 때문에 ICBM으로 판정됐지만, 더 나은 야르스(RS-24)를 갖고 이었기에 러시아는 루베즈를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INF 조약이 파기되자 루베즈를 토대로 IRBM 개발에 나서 오레시니크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독일 등 NATO 회원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PAC-2를 제공했다. PAC-2는 자폭한 탄두의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잡기에 PAC-3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러시아가 쏜 드론과 미사일을 무수히 요격해냈다.


미국은 MD(미사일방어체계)를 두 분야로 나눠 발전시켰다. 첫째는 미 본토로 날아오는 ICBM이나 SLBM을 막는 것이다.이들은 대기권 밖 우주로 올라가 비행하다 미국으로 떨어지기에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3단계로 방어망을 쳤다. ICBM나 SLBM이 발사되는 정황을 안 1단계에선 수백㎞ 떨어진 곳에 항공기를 띄워놓았다가 그 항공기에서 레이저를 쏴 요격한다. 적 미사일이 우주로 올라간 2단계에선 이지스함이 1000여㎞ 이상 올라가는 SM-3를 쏴 맞춘다. 우주로 올라간 적 미사일이 미국을 때리려고 대기권으로 진입하려는 3단계에선 미 본토에서 1000여㎞를 올라가는 GBI(Ground Based Interceptor)를 쏴 파괴한다.


두 번째는 외국에서 작전하는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투에선 ICBM에 비해선 훨씬 속도가 느린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용되는데 1차적으론 사드, 2차적으론 PAC-3로 막기로 했다. 이를 참고해 발전시킨 것이 우리의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다. KAMD에서 사드 역할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완료를 밝힌 L-SAM이고, PAC-3 기능은 천궁-2가 한다. 그리고 북한의 방사포 공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비슷한 LAMD를 2029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북한은 IRBM과 ICBM급 화성포를 시험발사할 때마다 고각(高角)으로 발사했는데, 전문가들은 '비행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고각으로 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11월 27일 러시아가 IRBM을 고각으로 발사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자, 'PAC-2를 뚫는 고속을 내기 위해 고각으로 발사했다'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고각으로 올라갔다가 고속으로 떨어지는 IRBM이나 ICBM은 사드나 PAC-3로 막기 어렵다. 러시아의 오레시니크 실전 발사로 우리는 KAMD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해군이 정조대왕함에 SM-3를 싣기로 결정했다. 작전 중인 세 척의 이지스함도 개조해 SM-3를 탑재하기로 했다. 우연이긴 하지만 기막히게 허점을 커버할 수 있게 됐으니 애국자들은 정조대왕함을 붙잡고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