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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1%대 저성장 위기의 한국경제, 대전환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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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0. 10. 18:29

황남준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저성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화로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경제가 유연성과 탄력성을 잃고 노쇠하고 있다. 중국의 '피크차이나'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 '피크코리아'를 걱정할 때가 됐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소견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은 1.4%.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로 더 비관적이다. 반면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망치는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OECD는 미국은 1.6%에서 2.2%, 일본은 1.3%에서 1.8%, 프랑스는 0.8%에서 1.0%로 올렸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 2021년 4.1%로 급반등한 뒤 2022년 2.6%, 2023년 1.5%(전망치)로 성장률이 수직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OECD 평균 이하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과거 50여 년 동안 고성장을 질주해온 한국은 OECD 평균 성장도 못 하는 '저성장' 국가로 굳어지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저성장의 대명사인 일본 경제에도 뒤질 것이란 점이다. 올해 말 기준 전망치는 한국은 1.5%, 일본은 1.8%이다. 만약 내년에도 한국이 1%대 성장에 그치면 한국은 70년 만에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저성장의 늪으로 확실하게 빠져드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단의 계기가 없으면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 1~2% 안팎을 오르내리며 우하향 추세가 고착화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는 왜 이렇게 조로(早老)했을까. 한국경제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 등을 갖춘, 경쟁국이 부러워하는 제조업 강국인데 말이다.
먼저 저성장의 근본 원인으로 경제전반의 생산성 정체를 꼽는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 능력은 잠재성장률로 가늠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 총요소생산성(기술개발·경영혁신)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을 2020년 이후 2.0%, 2030년대 1%대로 추정했다. 구성요소 중 노동과 총요소생산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한국경제학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이 1%포인트 이내로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돈과 노동력을 쏟아 부어도 기술, 경영혁신, 규제개혁 등이 약해지면서 성장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경기침체로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다.

노동 쪽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저출산·초고령화 현상은 저성장을 구조적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0.78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은 상반기 0.70명, 연말이면 0.60대로 내려앉는다. 경제학회는 오는 2030년 국내 노동 성장률이 마이너스(-0.39%)를 기록하는 등 일손 부족 사태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총요소생산성을 감안하면 성장률 저하는 더욱 심각하다.

초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 인구수 감소가 아닌 고령 중심 인구구조로 변하는 데 있다. 한국의 중위연령은 올해 45세이고 2025년이면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초고령화가 되면 사회가 감당할 의료비와 빈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국민연금 도입 45년, 아직 개혁에 손도 못 댄 정부로서는 엄청난 재정압박 요인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혁신이 어렵다는 데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선 정부가 노인 인구의 이익을 대표하고 혁신보단 기득권 유지를 선호한다. 선거로 구성되는 정부의 한계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초저출산→초고령화→생산성 저하→저성장의 악순환 고리가 작동하게 된다.

수출과 산업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 '뉴노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된다. 여기서 저성장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중 경제·기술패권 전쟁과 중국경제 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다. 그 결과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과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이 불황에 빠졌다.

과거엔 중국이 한국 경제에 기회 요인이었으나 이젠 기술격차가 좁혀져 힘겨운 경쟁자로 변했다. 미국, 유럽 시장에서 중국에 앞서고, 중국시장 수출을 확대하려면 국내 기업들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이 긴요하고 세계적 대세이기도 하다.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산업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구조적 전환기에 정부의 역할은 2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자국 전략산업에 대한 직접적 재정 및 세제지원, 그리고 R&D투자와 규제개혁 등 전방위적 산업지원정책이다.

한국경제에 위기감이 옥죄자 민관에서 해법이 모색되고 제안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의 경우 한국경제가 차세대 주력 산업군이 없는 데다 초저출산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조만간 0%대로 만성적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격적인 혁신 기업과 생산인구 증대 처방 등 정책적 노력이 없으면 아무리 자원을 쏟아 부어도 경제가 함정에 빠진다면서 '정책대전환'을 주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민관연구기관 등이 중심이 된 '산업대전환 포럼'의 처방전은 보다 구체적이다. 포럼은 한국 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이 혁신·인재·연구개발(R&D)의 '3대 결핍'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대위기에 봉착했고 미중 기술패권경쟁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첨단산업 분야 각축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산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상황이 이처럼 엄중한데도 경제주체들은 경제를 되살릴 뚜렷한 의지도 방책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치권은 극단의 정쟁에 몰입해 있고 문재인 정권 이후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포퓰리즘 정책이나 무(無)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홀로서기에 힘쓰고 민간은 자기살기에 바쁘다. 역동적이었던 한국경제가 몽유병 환자처럼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이후 '경제의 정치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소득주도성장 등 정치과잉, 포퓰리즘 정책이 우선시되고 있다. 이제 미래 한국경제와 산업문제는 정치보다 국익 관점에서, 생산성 효율성 중심의 경제논리로 대담함과 인내심을 갖고 풀어야 한다. 중장기적 거시적 안목과 계획을 갖고 경제·산업 정책의 대전환이 모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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